2078일 간의 구매내역

경험한책 murmur 2014. 7. 2. 23:04

알라딘의 15주년 기념으로 당신의 기록이란 것을 하고 있는데, 내가 알라딘에서 구입한 내역들을 정리해서 보여준다.

 

2078일 간의 구매내역 

 

5년 여전의 구매내역을 한눈에 보니 재미있네.

알라딘 구매내역이 있는 분들은 한번 확인해보길.

 

posted by 아쌀

무너져 내리는, 혹은 이미 무너져 버린 사람 간의 대화

 

'제발 조용히 좀 해요'를 읽으며 큰 인상을 받았다.

무너져내리는 사람들을 건조하면서도 위트를 담아 전달하는 이야기들이 가슴을 천천히 눌러오는 느낌.

이 이야기가 무엇을 주제로 하는가, 이 한 마디가 무엇을 의미하는 가를 넘어선 무너져내림과 동시에 느껴지는 삶의 아이러니.

 

 그 후 레이먼드 카버의 다른 소설을 봐야겠다는 일념하에 중고책을 뒤지다 결국 구한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제발...'이 초기작이라면, '사랑을 말할 때...'는 중기 작품을 담고 있는데, 그 사이에 레이먼드 카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야기들마다 가슴을 비수처럼 찔러 댄다. 짧은 이야기인데도 읽고 나서 잠시나마 천장을 올려다 보아야하는,

무너져 내리지 않으려 노력하던 전작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이미 무너져 내린 사람들의 폐허와 잔해들.

건조한 대화 속에 담겨 있는 서늘함이 가슴을 찔러대는 능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무서운 단편들.

 

posted by 아쌀

생존자 - 테렌스 데 프레

경험한책 murmur 2013. 12. 25. 19:14

죽음의 한 가운데에서 보이는 꺼지지 않는 삶의 불빛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다룬 다룬 작품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되는 죽음의 수용소 이야기는

전쟁의 참상과 비인간성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곳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죽을 운명이었지만 운좋게 연합군에 의해 살아난, 사람의 껍데기를 쓴 시체들과 같은 이미지들만이 기억에 남을 뿐.

 

 하지만 이 책은 그 지옥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의미없는 죽음이 일상이 되어버린 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야 했던 수많은 노력들을 통해 죽음과 망각을 뛰어넘은 인간성을 보여주고 있다. 삶 속에서의 죽음만큼 죽음 속의 삶도 우리의 인간성을

잘 드러내 준다라는 것을 이 책은 증명하고 있다. 

 

 책 곳곳에 실려있는 참혹한 내용들을 마주하는 것은 괴롭다. 수용자들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만들기 위해 행해지는 수많은 잔학상과

의미없이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끝없는 절망과 아귀와 같은 이기주의로 가득 채워진 지옥도를

예상하게 된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 주변을 지배하는 야만성과는 모순되는 고결함, 인간다움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들을 동물보다 못한 존재로 만드는 불결함에 맞서기 위해 그들은 커피로 얼굴을 씻었고, 그를 통해 인간성 말살에 대응했다. 모두 다 죽고 말거라는 절망 속에서 수용소에서의 참상을 증언하겠다는, 살아남은 자의 책임감과 죽음도 없애지 못하는

양심으로 그들은 살아남았다, 물론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 남을 수는 없었다. 비참한 공동의 체험 속에서의 협조와 우애가 생존자들을

존재 할 수 있게 하는 필수 조건이었다.

 

 이렇게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은 비인간화의 밑바닥 속에서 인간의 도덕적인 힘이 시련을 해치고 살아남았다는 증거이다.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살아남기 위한 각오와 결의를 놓지 않았던 개개인의 힘이라기 보다는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삶과 인간다움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의 존재를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 속에 숨어있는 영웅주의를 배격한다. 파괴되지만 패배하지 않는 영웅신화가 아니라, 파괴되는 순간 패배하는 보통 사람들이

파괴되지 않기 위해 행하는 노력 속에서 인간다움을 발견함으로서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던 인간다움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한다. 

 

 단연 2013년에 읽은 책 중 가장 인상적인 한 권. 삶과 인간다움에 고민할 때 마다 찾게 될 한 권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인간다움으로 가득한 곳일까? 비인간다운 곳일까? 만약 내가 사는 곳이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정글과 같은 곳이라면,

그 야만적인 곳에서 난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posted by 아쌀

너무 좋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책

경험한책 murmur 2012. 8. 14. 10:43

 로베르토 볼라뇨의 "야만스러운 탐정들"에 대한 끄적거림은 매번 실패한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목적보다는 기억을 남기고자 하는 목적임에도, 쓰고나면 마음에 안들어 글을 날려버리기 일쑤다.

이렇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소설은 너무나 좋아하거나, 이해가 안되는 것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야만스러운 탐정들"은 두가지 모두 해당되는 소설이다.

 

 글을 길게 써봐야 결국 내용은 '뭐라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소설은 최고야' 정도여서 민망함에 삭제가 계속되는 상태.

이런 때마다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감상을 글로 남기지 못하지만 너무나 좋아하는 소설이 몇 권 있다.

보르헤스의 픽션들, 코맥 맥카시의 핏빛 자오선과 국경 3부작 같은 소설은

표현의 한계를 실감하고 감상을 남기겠다는 의지를 상실해버린, 그럼에도 너무나 좋아하는 소설들.

 

 감상을 남겨야 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나 좋아하는 소설에 대해 적절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posted by 아쌀

저주받은 피 -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경험한책 murmur 2012. 4. 10. 21:24

차가운 체념이 느껴지는 추리소설

 

 처음 이 책에 대한 글을 접했을 때, 끌림과 동시에 망설임이 있었다.

끌렸던 부분은 작가의 국적이자 소설의 배경이 아이슬란드라는 것.

시규어 로스의 다큐멘터리에서 본, 아이슬란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신비한 이미지가 소설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그다지 즐기지 않기에 약간은 망설였다. 작가와의 두뇌싸움이라는 자세로 읽지 않고

(아쉽게도 그 정도의 두뇌가 나에겐 없다), 일반 소설과 같은 방식으로 읽기에

미스테리와 반전, 해결의 즐거움이 강렬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고 나니 이 소설, 묘하다.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에 기대했던 분위기는 살아있으면서도,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다르다.

 

 전반적인 소설의 분위기는 차갑다. 햇빛이 구름에 뒤덮힌,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차가운 오후와 같은 분위기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알게되는 아이슬란드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 소설의 분위기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한 건의 살인사건으로 시작하지만, 사건을 파헤쳐갈수록 더욱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는 짙어진다.

 

 끝을 향해 갈수록 뒷통수를 치는 반전이나 정의가 승리한다의 분위기 대신, 차갑고 슬픈 진실이 모습을 보인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느껴지는 것은 분노나 슬픔 이상의, 체념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가슴이 시린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치 않았기에, 먹먹한 체념이 기억에 남았다.

 

 일반적이지 않은 추리소설이지만, 그 일반적이지 않음이 더욱 마음에 들었던 소설이었다.

좋은 소설을 만났다는 기쁨과 함께 아이슬란드에 대한 동경이 좀 더 커지는 것을 느꼈다.

 

 

 

posted by 아쌀

에브리맨 - 필립 로스

경험한책 murmur 2012. 4. 3. 22:31

 

특수하다 믿고 싶은, 보편적인 이야기

 

 한 남자의 삶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이 소설을 읽고 나서의 여운이 기억난다.

감동이나 충격, 즐거움과는 다른 깨달음의 여운.

피할 수 없는, 절망적인 깨달음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죽는다. 하지만 이 당연한 사실을 직시하기는 어렵고도 무섭다.

그래서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그 사실을 피하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들을 행하게 된다.

이 소설은 그런 노력들을 멈추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돌덩이처럼 단단하고 정직한 방법으로 다가오는 죽음을 직시하게 만드는 힘.

 

 소설은 묵직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한 마디를 덧붙인다.

예외는 없다고. 모두 다 직시할 수 밖에 없다고.

 

 

 

 

posted by 아쌀

파이트 클럽 - 척 팔라닉

경험한책 murmur 2012. 2. 8. 13:49

너를 부숴, 그게 시작이야

 참신한 소재, 속도감있는 진행, 뒷통수를 치는 반전까지 흥미로운 소설의 요소를 보여주는 파이트 클럽이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노골적인 자기파괴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시기가 세기말이어서 일까?
자기부정을 넘어 자기파괴를 노골적으로 밀어부치는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물론 "다 죽자!" 라거나 "Join Fight Club, Now!", "Fight Club Wants You!!" 이딴 목적으로 만든 소설을 아니겠지만,
자기파괴라는 이야기가 오히려 찌질한 남성들을 자극하는 에너지를 담고 있는 것이 좋았다.

 또 먼저 접한 영화의 영향으로, 읽으면서 이미지화가 더 쉬웠다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머리 속으로 재구성하는 재미는 떨어졌지만,
몰입이 더 쉽게 되어 금방 마지막장을 만날 수 있었다. 반사회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너무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접근하는 것 또한
수월한 책 읽기를 도운 공신 중 하나.

 사실 동명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원작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 역시 추천할 만 하다.


 
posted by 아쌀

스퀴즈 플레이 - 폴 오스터

경험한책 murmur 2012. 2. 6. 20:06


뻔하지만 폴 오스터의 냄새가 느껴지는

 폴 오스터의 소설을 워낙 좋아하는 터라 망설임없이 집어든 스퀴즈 플레이.
폴 오스터의 초기작이자 탐정이 나오는 스릴러라는 것만 안 상태로 읽었는데, 읽고난 느낌은 '그럭저럭' 정도.

 소설 자체가 뻔한 건지, 아니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장르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은 정신없이 휘둘리는데 나는 세 걸음 뒤어 서서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긴장감과 궁금함보다는 '그런가보다'라며 그냥 진행상황을 멀리서 바라보는 느낌.

 이건 내 취향과 읽는 방법의 문제인 것 같은데, 우선은 이런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탐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과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마지막까지의 두뇌싸움에 내가 동참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라는 생각이다.
 복잡한 과거와 약간의 결함에도 사건 해결을 위한 모든 능력을 가지고 있는 탐정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
민간인처럼 보이겠다며 목늘어난 티셔츠를 입는 모델을 보는 느낌이다.
 또 주인공이 던져주는 실마리를 가지고 나름의 추리를 하며 읽는 편이 아니어서,
마지막에 진실이 밝혀져도 시큰둥하게 느껴지는 것이 문제일 거다.

 안좋은 이야기만 늘어놓았지만, 실제로 읽기에 지루하지는 않았다. 폴 오스터의 다른 소설처럼 순식간에 읽어내려갔으니 말이다.
이 이야기에 상관하지 않는 흡입력은 역시 폴 오스터라는 말이 나오게 한다.
하지만 폴 오스터의 소설 중 그다지 기억에 크게 남을 것 같지는 않은 약간은 아쉬운 뒷맛이 남는다.

posted by 아쌀


영화와는 다르다. 영화보다 더하다.

본 시리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첩보/스릴러 영화다.
원래 첩보/스릴러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지라 '본 얼터메이텀'에서야 본 시리즈를 처음 접했지만,
격렬하고 리얼한 액션과 쉴 틈 없는 긴박감으로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이번에 출간된 원작소설 '본 아이텐티티'를 읽기 전 기대와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잘 만든 영화의 원작이니 당연히 훌륭하겠지? 혹시 영화보다 별로인건 아닐까? 라는 두근두근한 마음.

800여 쪽을 읽은 후의 느낌은 이렇다.
영화랑은 다른데, 더 재미있다.

일단 제이슨 본이 활동하는 시대부터가 다르다. 냉전 시대, 현재보다 눈에 보이는 갈등이 더 명확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본은 죽도록 헤매인다.
영화에 등장하던 인물들도 맡은 역할이 다르다.
그렇기에 영화 속의 시대와 캐릭터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이런 차이 속에서 제이슨 본은 영화보다 더 답이 안나오는 상황에 내던져진다. 이 말인즉 본을 따라가는 독자들은 손에 땀을 쥘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
제목대로 본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쫒다보면 순식간에 클라이막스를 만나게 될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하다.

이 책을 읽기 위한 시간을 따로 낼 필요는 없다. 1장을 읽는 순간 없던 시간이 생겨나는 기적을 보게 될 테니까.
그저 제이슨 본의 뒤만 따르면 된다. 가장 위협적이면서 불쌍한 사내의 주변에는 항상 숨막히는 일로 가득하다.



  
posted by 아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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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사랑에 둘러싸인 한 남자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남성과 그의 세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원수들, 사랑 이야기'는
담고 있는 내용에 비해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홀로코스트의 경험과 공포가
남아있는 주인공과 세 여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때로는 무겁고 신경증적이지만, 그 무게감에 비해 쉽게 읽힌다고 할까?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웃기도 하고 동정도 하고 짜증도 내다보면 어느새 끝장을 넘기게 되는, 그야말로 잘 쓴 소설.
때로는 주인공의 우유부단함에 분통이 터질지도 모르겠지만, 그 분통터짐도 이야기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드는 감정일게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에 대한 묘사는 인상적인데, 이는 유대인인 작가의 직간접적인 경험이 있기 때문일게다.
그 무거움에 짓눌리는 동시에 사랑 사이에서 헤매이며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것은 여러가지
느낌을 주는데, 그런 여러가지 감정을 흡입력있는 이야기 속에 잘 녹여낸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뻔한 멘트이긴하지만)197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의 대표작인 '원수들, 사랑 이야기'는
영화화되기도 했다고 하니 찾아봐야겠다. 영화로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 싱어의 다른 소설들도 찾아 읽어봐야겠고 말이지.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