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들.

의미없는 murmur 2014. 2. 18. 23:04

1. 한니발 시즌 2.

 

   원래 드라마를 보지 않지만 처음으로 끝까지 본 드라마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였다. 이제 한 편이 늘었다. "한니발"

  그다지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 렉터에 팬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다 본 것은 오로지 마성의 중년, 매즈 미켈슨 때문이다.

  그 냉정함과 침착함, 수트 간지에 먹방까지. 볼 때마다 같은 남자임에도 하악거리며 보게 된다.

  드라마의 때깔도 멋지다. 축축 처지는 파란색의 세상과 수많은 사이코패스들까지.

  잔인하고 분위기가 무거워 여러편을 한 번에 보기는 어렵다. 3월에 새로 시작하는 시즌2부터는 한 편씩 매주 볼 거다.

  트레일러를 보니 더더욱 기대되네. 과연 잭이 어떤 요리가 되려고 저런 장면이 나오는 거야?

 (잔인한 내용이 있으니 재생을 할지 신중히 결정하시길).

 

 

2. 무 한 개.

 

 호기있게 지른 무 한개 때문에 고문을 당했던 일주일. 혼자 먹으려니 너무나 많은 양에 질려버렸다. 무국과 무생채무침이 냉장고에 한가득.

게다가 내가 만든 건 맛이 없어. 먹는 건 좋아하는데 내가 만든 음식은 맛이 없다는 건 간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

그리하여 난 밍밍하거나 맵고 달고 짠 무국과 무생채무침과 일주일 동안이나 씨름 중이다. 제발 무 반개만 팔아주면 안되나.

 

3. 무료 공연 하나.

 

 

회기동 단편선도 보고 싶고 로보토미도 보고 싶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보고 싶은 건 사람12사람!

한 주 내내 사람12사람만 듣다보니 미추어 버리겠다. 일요일에 보러 갈테다. 공연+춤추기+마시기까지는 가능할 듯.

 

 

 

posted by 아쌀

140216_Mogwai Live in Seoul

경험한공연 murmur 2014. 2. 18. 22:41

 Mogwai의 두번째 공연은 모과이의 공연을 보는 방법을 알게 된 공연이었다.

첫 내한 공연을 중간정도의 자리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앞에서 4번째 줄에서 보았는데(그것도 앰프 바로 앞에서)

굉음이 서로 부딪히고, 쌓이고 폭발하는 그 모든 걸 온 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새로 나온 신보는 조금 더 전자음악의 냄새가 강하고 전반적으로 말랑말랑해진 것 같아서 내심

'신곡보다는 예전 곡을 많이 해주시오 모과이 양반'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압도적인 음량으로 들으니 신곡들도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정말 라이브와 앨범은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차이를 보여 주었다.

 

 신곡 사이에 적절히 들어간 기존의 곡들도 좋았지만, 특히 "Like Herod & Batcat" 콤보에서는 정신줄을 완전히 놓을 정도로 좋았다.

다음에도 모과이의 공연을 볼 수 있다면 무조건 가장 소리가 큰 곳에 자리를 잡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며 돌아온 공연.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공연보다 더욱 만족스러웠던 공연이었다. 이제 할 일은 모과이의 세번째 내한을 기다리는 것 뿐.

 

p.s.1.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수 밖에 없던 한 마디. "감사합니다. 땡큐!"

     2. 예상대로 "I Love You, I'm Going To Blow Up Your School'은 연주하지 않았다. 이젠 라이브에서는 들을 수 없는 곡인가보네.

     3. 아이폰으로 녹음한 공연실황을 계속 듣고 있다. 혹시라도 관심이 있다면 알아서 연락을.. 

 

 

 

 

posted by 아쌀

 

 

레코드폐허에서 처음 본 사람12사람의 공연은 인상적이었다. 망설임없이 씨디를 집어들 정도로 좋았다.

집에 와서 이 앨범만 5번째 다시 듣고 있다. 마음의 여백이 있을 때 흡수가 더욱 잘 되는 음악.

가사가 좋다. 아니 가사가 아름답다. 오늘밤은 밤을 피하고, 녹이고, 부수고, 태우는 꿈을 꿀 것 같다.

 

 

posted by 아쌀

140119_제임스 블레이크 Live

경험한공연 murmur 2014. 1. 22. 19:58

 제임스 블레이크의 공연을 보다.

음반으로 들을 때에는 '꽤나 좋다'였지만, 공연날짜가 다가올 수록 기대감은 점점 커져갔고,

그래서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불안을 싹 날려준, 충분히 좋은 공연이었다.

 

 단순한 듯 복잡하고 차가운 듯 따뜻하며 조용한 듯 시끄럽기도 했다. 상반되는 감정을 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던 순간들.

팬들의 반응도 제임스 블레이크의 Hot 한 인기를 반영하는 듯 매우 좋았다.

기대한 만큼 충분히 가라앉고 떠오르던 공연.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은 뮤지션이 한 명 늘었다.

 

 그런데 아직도 마음에 걸리는 점 한 가지. 내 앞에 서있던 소녀가 공연 중간에서부터 울면서 공연을 보고 있었다.

울음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숨을 죽이고, 눈물을 닦으며 몸을 흔들었다.

나는 휴지를 건네주어야 하나 고민했지만 결국 주지 못했고, 공연이 끝난지 몇 일이 지난 지금도 주지못한 휴지가 마음에 걸린다.

참 바보같지만 그 후회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posted by 아쌀

카운슬러 (The Counselor)

경험한영화 murmur 2014. 1. 19. 11:59

 

 

코맥 매카시다운, 하지만 약간 달라 아쉬운

 

 코맥 매카시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운명을 만나게 된다.

절대악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무서을 정도로 공평하고 피할 수 없는 운명.

그 운명을 따라 갈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의 모습과 건조하고 무심하지만 아름다운 지문들까지,

단순히 인간의 무력함을 넘어서는 더욱 커다란 운명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코맥 매카시의 각본과 리들리 스콧의 만남이라는 말을 들을 때 어느정도 영화의 모습을 예상할 수 있었다.

욕망에 충실한 짐승같은 인물들과 그들의 뒷덜미를 노리는 지치지 않는 사냥개의 모습을 스타일리시하게 그리지 않을까 하는 예상

(호화캐스팅은 예상 밖의 보너스였다). 기대 반 우려 반의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보고 나서의 느낌은 영화를 예상할 때 가졌던 우려가 현실로 되었음을 확인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영화가 형편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전형적인 코맥 매카시의 세계관과 스타일리시한 연출, 최고는 아니어도 흠잡을 데 없는 연기까지,

어찌보면 2013년에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운 영화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 생각에는 코맥 매카시의 세계에는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무정하고 절제된, 건조한 연출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화려한 영상미와 매카시의 다른 작품보다 조금 더 힘을 준 듯한 대사가 만나니, 허세로 보이는 순간들이 거슬리기도 했다.

양쪽 다 힘을 주기 보다는, 한쪽이 힘을 약간 뺐다면 더욱 장점이 부각되었을 텐데라는 생각에

(그리고 힘을 준쪽이 코맥 매카시였다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크다) 아쉽다.

 

 절대악으로 그려지는 캐릭터의 흡입력이 다른 작품에 비해 약한 것도 아쉽다. 가까이는 악몽과 같은 헤어스타일의 안톤 쉬거부터,

핏빛 자오선에서의 판사까지 압도적이었던 전작들의 캐릭터에 비해 카운슬러의 악역은 강렬함이 부족하다.

살아있는 운명과 같던 전작의 캐릭터에 비하자면 먹이사슬 위의 상위 포식자같은 느낌이랄까?

운명 그 자체와 같던 캐릭터의 존재가 그리워지는 부분이었다.

 

 사실 워낙 내가 기대했던 부분이 명확해서 아쉬움이 남을 뿐 객관적으로 볼 때 영화는 괜찮았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무시무시한 장면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내가 코맥 매카시에게 기대했던 것들이 너무 크고 명확했다는 것이 객관적인 관람을 방해한 것일지도.

그만큼 내가 코맥 매카시를 좋아하는 증거겠지.

 

p.s 2013년의 영화 평을 보다보면 올해 최악의 영화 중 하나부터 가장 과소평가된 영화까지 다양하게 평가되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posted by 아쌀

무너져 내리는, 혹은 이미 무너져 버린 사람 간의 대화

 

'제발 조용히 좀 해요'를 읽으며 큰 인상을 받았다.

무너져내리는 사람들을 건조하면서도 위트를 담아 전달하는 이야기들이 가슴을 천천히 눌러오는 느낌.

이 이야기가 무엇을 주제로 하는가, 이 한 마디가 무엇을 의미하는 가를 넘어선 무너져내림과 동시에 느껴지는 삶의 아이러니.

 

 그 후 레이먼드 카버의 다른 소설을 봐야겠다는 일념하에 중고책을 뒤지다 결국 구한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제발...'이 초기작이라면, '사랑을 말할 때...'는 중기 작품을 담고 있는데, 그 사이에 레이먼드 카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야기들마다 가슴을 비수처럼 찔러 댄다. 짧은 이야기인데도 읽고 나서 잠시나마 천장을 올려다 보아야하는,

무너져 내리지 않으려 노력하던 전작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이미 무너져 내린 사람들의 폐허와 잔해들.

건조한 대화 속에 담겨 있는 서늘함이 가슴을 찔러대는 능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무서운 단편들.

 

posted by 아쌀

2013년의 결산

의미없는 murmur 2013. 12. 25. 19:45

약과 제임스 블레이크의 몽롱함에 빠져 적어보는 2013년 결산.

 

2013년의 영화: 그래비티.

                       올 해 워낙 영화를 보지 않아 딱히 고를 것도 없다. 카운슬러도 좋았고(대부분은 동의하지 않는 것 같지만)

                       장르적으로 깔끔했던 컨저링도 좋았다. 하지만 그래비티가 올 해 본 영화 중 최고였다.

 

2013년의 음악: Burial과 Andy Stott. 우울하고 그루브한 이 들의 음악은 계속 내 아이폰 속을 떠 다녔다.

                       마음껏 시끄러웠던 투견과 eyehategod도 기억에 남는다.

 

2013년의 책: 생존자.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적어 두었다.

 

2013년의 공연: 단연 Sigur Ros의 공연. 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ninaian과 Glittering Blackness, Fall의 공연도 좋았다.

 

2013년의 물건: 향초. 켜고 있을 때마다 마음이 차분하고 촉촉해 지는 기분이다.

                       올 해 먹기 시작한 약도 포함될 수 있겠지만 복용기간이 짧아 탈락.

 

2013년의 사건: 독립과 안면마비. 나 혼자 산다를 보며 마냥 웃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 본 적이 없는, 꿈에도 상상치 못했던 안면마비 덕분에 간은 점점 깨끗해 지는데... 

 

 

 

                     

posted by 아쌀

생존자 - 테렌스 데 프레

경험한책 murmur 2013. 12. 25. 19:14

죽음의 한 가운데에서 보이는 꺼지지 않는 삶의 불빛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다룬 다룬 작품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되는 죽음의 수용소 이야기는

전쟁의 참상과 비인간성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곳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죽을 운명이었지만 운좋게 연합군에 의해 살아난, 사람의 껍데기를 쓴 시체들과 같은 이미지들만이 기억에 남을 뿐.

 

 하지만 이 책은 그 지옥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의미없는 죽음이 일상이 되어버린 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야 했던 수많은 노력들을 통해 죽음과 망각을 뛰어넘은 인간성을 보여주고 있다. 삶 속에서의 죽음만큼 죽음 속의 삶도 우리의 인간성을

잘 드러내 준다라는 것을 이 책은 증명하고 있다. 

 

 책 곳곳에 실려있는 참혹한 내용들을 마주하는 것은 괴롭다. 수용자들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만들기 위해 행해지는 수많은 잔학상과

의미없이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끝없는 절망과 아귀와 같은 이기주의로 가득 채워진 지옥도를

예상하게 된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 주변을 지배하는 야만성과는 모순되는 고결함, 인간다움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들을 동물보다 못한 존재로 만드는 불결함에 맞서기 위해 그들은 커피로 얼굴을 씻었고, 그를 통해 인간성 말살에 대응했다. 모두 다 죽고 말거라는 절망 속에서 수용소에서의 참상을 증언하겠다는, 살아남은 자의 책임감과 죽음도 없애지 못하는

양심으로 그들은 살아남았다, 물론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 남을 수는 없었다. 비참한 공동의 체험 속에서의 협조와 우애가 생존자들을

존재 할 수 있게 하는 필수 조건이었다.

 

 이렇게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은 비인간화의 밑바닥 속에서 인간의 도덕적인 힘이 시련을 해치고 살아남았다는 증거이다.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살아남기 위한 각오와 결의를 놓지 않았던 개개인의 힘이라기 보다는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삶과 인간다움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의 존재를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 속에 숨어있는 영웅주의를 배격한다. 파괴되지만 패배하지 않는 영웅신화가 아니라, 파괴되는 순간 패배하는 보통 사람들이

파괴되지 않기 위해 행하는 노력 속에서 인간다움을 발견함으로서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던 인간다움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한다. 

 

 단연 2013년에 읽은 책 중 가장 인상적인 한 권. 삶과 인간다움에 고민할 때 마다 찾게 될 한 권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인간다움으로 가득한 곳일까? 비인간다운 곳일까? 만약 내가 사는 곳이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정글과 같은 곳이라면,

그 야만적인 곳에서 난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posted by 아쌀

라이브로 보고싶은 뮤지션들.

좋아하는MV 2013. 12. 9. 22:00

 

 

침착하고 공허한 밤을 위한 완벽한 사운드트랙을 라이브로 듣는다면 어떨까?

 

 

 

이것도 덥스텝. 18분 후에 나오는 그 순간을 같은 공간에서 느껴보고 싶다.

 

 

 

이 정도로 무거운 음악을 듣다 보면 내가 진 짐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posted by 아쌀

백현진, 제임스 블레이크, 모과이

좋아하는MV 2013. 12. 9. 21:26

 

 

새해보다는 연말에 어울리는 목소리.

 

 

 

들을 때마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곡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 곡을 이번 공연에서 연주한다면 400초 후에 나는 터지고 말거야. 분명히.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