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먹거리 여행_100409

좋아하는곳 murmur 2010. 4. 19. 00:13
 미친 듯이 먹고 마시다보니 어느새 전주에 온지 3일이 지났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떠나온 여행이지만 왜이리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인지.
'그건 아마 아직 못먹어본 혹은 다시 먹고싶은 음식 때문일거야'라는 뻘소리를 중얼거리며 남부시장으로 향한다.

 개인적으로 식사로도 안주로도 좋아하는 순대국을 먹으러 남부시장을 헤메이다 들어간 조점례 남문 피순대.
오전 10시 30분인데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누군가는 아침을, 누군가는 해장을, 누군가는 술 한잔을 하는 다양한 모습들. 나도 그 속을 비집고 들어가 순대국밥 한 그릇을 주문했다.
그런데 순대국밥에는 순대는 없고 돼지부속만 들어있어 아쉬웠다. 피순대를 맛보고 싶었는데.
혼자서 피순대를 주문하기는 너무 과한 것 같아 툴툴 대며 한 숫가락을 떠보니, 국물이 너무 시원하다.
나올때부터 듬뿍 뿌려진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이 특이했는데, 그것이 순대국 특유의 잡냄새를 싹 잡아낸 듯 했다.
별도의 간이 필요없을 정도로 안성맞춤인 국밥을 먹다보이 머리 속에 맴도는 한잔의 유혹.
하지만 오전부터 술냄새를 풍기며 서울로 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조점례 남문 피순대의 침넘어가는 사진은 여기에)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들린 뜨레아띠. 상당히 큰 규모의 로스터리 카페였는데,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이 가득해서 한번 가보고 싶던 곳이었다.
내가 들어간 시간에는 바리스타 1명 뿐 손님은 없어서 카페를 전세낸 듯 편안하게 있을 수 있었다.
핸드드립이 가능해서 탄자니아를 시켰는데, 향은 좋았지만 신맛이 너무 튀는 듯 해서 아쉬웠다.
커피와 관련된 여러가지 소품들과 햇살이 잘 비치는 통창을 통해 바라보는 골목의 모습이 좋았다.
(뜨레아띠의 자세한 사진은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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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시원한 느낌의 2층과 재미있던 좌식 테이블.


 뜨레아띠에서의 커피를 마지막으로 전주 먹거리 여행은 끝이 났다.
3일 간의 전주여행을 통해 얻은 것은 살이요 잃은 것은 돈이겠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쁨은 예상보다 상당히
크고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왜나하면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전주로 가고 싶어졌거든.
예상치 못했던 전주의 멋진 카페들을 만난 것도 이번 여행의 수확이었다. 비록 가본 곳이 한옥마을과 객사 주변으로
한정되었던 것은 좀 아쉬웠지만, 다음 번 여행을 위해 그정도는 남겨두어야 하겠지. 다음 번 여행을 시작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으니 말이다.

 
posted by 아쌀

전주 먹거리 여행_100408

좋아하는곳 murmur 2010. 4. 18. 23:26
 숙소를 나와 해장을 핑계로 먹거리 여행을 계속한다.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삼백집에서 콩나물국밥을 시킨다.
특이하게도 국밥 안에 있는 계란 외에 밑반찬으로 계란 후라이가 나온다. 계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두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별도의 간을 할 필요없는 개운하고 칼칼한 국물은 결국 모주를 부르고 만다.
숨이 죽지 않은 아삭한 콩나물을 후후 불어가며 먹다보니 "뜨거워요"라는 말과 함께 모주 한잔을 가져다 준다.
뜨거운 모주는 처음 마셔보는 지라 약간 긴장했지만 한 모금 마셔보니 숭늉처럼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시원한 콩나물 국밥에 뜨거운 모주 한잔이 곁들여지니 온 몸에서 땀이 나는 듯한 매우 개운한 기분이다
(삼백집의 맛있어보이는 사진은 여기에).

 부른 배를 두드리며 한벽당으로 향한다.
길을 따라 걷다가 만난 전주천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유유히 흐르는 모습이 여유를 더해주는 듯 하다.
햇볕을 맞으며 전주천을 따라 걷다보니 한벽당이 나온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여유롭게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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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벽당을 가기 전에 만나는 조그만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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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벽당에서 바라본 풍경.

 한벽당을 나와서 어제부터 가고 싶었던 카페 The Story로 향했다. 2층으로 구성된 The Story는 예상보다 크다.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마시고 싶어 2층으로 올라가니 편안해 보이는 창가자리가 보인다.
손님 대부분이 단골인듯 자연스럽게 카페의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주문한 아메리카노도 어제 Moi 처럼 좋은 균형을 가진 맛이어서 기분을 즐겁게 해주었다.
넓은 공간에 가득하던 햇살과 창 밖으로 보이던 한옥마을의 오후 풍경이 기억에 남았던 The Story(The Story의 자세한 사진은 여기를).

 The Story 옆에 있는 상덕커리를 지나다 마감시간이 오후 3시라는 글에 충동적으로 가게를 들어갔다.
매운맛 카레는 다 팔려서 부드러운 맛을 주문했는데, 야채만으로 만들어진 카레여서 신선한 느낌과 함께 부드러우면서 진한 카레맛이 좋았다.
5,000원에 카레+밥+빵+요거트까지 함께 먹을 수 있어서 많은 단골들이 있을 것만 같은 가게(실제로 12시 경의 상덕커리는 만석이 될 정도로 상당한 인기였다)인 상덕커리는 조그만 가게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흥미로운 곳이었다(상덕커리의 자세한 사진은 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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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인상적이었던 상덕커리.
 
 군산으로의 잠깐의 마실(사실은 전주에 미련이 남아 군산 도착 2시간만에 다시 전주로 돌아왔다)을 마치고 오자
어느새 또 식사시간! 이번엔 한옥마을에 있는 진까로 향한다. 돈까스와 소바로 유명하다는 소문을 믿고 시킨 돈소바 세트.
돈까스는 바삭하게 잘 튀겨져 좋았고, 소바의 경우는 상추, 깻잎, 양파 등이 풍성하게 들어있는 것이 특이했다.
깻잎의 향이 좀 강한듯 했지만 너무 간이 강하지 않은 소바의 육수가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진까의 맛있는 사진은 여기로).

 진까를 뒤로 하고 한옥마을에서 걷고 싶은 거리로 이동해서 어제부터 인테리어가 눈에 밟히던 The CAFFE로 갔다.
이 곳이 나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우선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 여유있는 테이블 간격이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전반적으로 심플하면서 빈티지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어서 카페에 있는 내내 눈이 쉴 틈이 없었다.
또 별도의 주문없이 가져다준 쟈스민차(물 대신 커다란 계량컵에 담긴 쟈스민차를 제공한다)도 손님을 기분좋게 하는 배려로 느껴졌다.
 거기에 진하면서도 크레마가 살아있던 에스프레소도 훌륭했다. 에스프레소에 감탄한 나머지 카푸치노 한 잔을 추가했을 정도로(카푸치노도 풍성한 벨벳 밀크가 인상적이었다). 간단히 읽을 책들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어 혼자오더라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화장실이 재미있었다. 조그만 문을 열면 창고같은 느낌의 복도를 지나 나오는 화장실은 편안함과 재미라는 두가지 요소를 다 갖추고 있던 점이 마음에 들었다(The CAFFE의 자세한 사진은 여기 또는 저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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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맛과 크레마에 놀랐던 에스프레소와 기본으로 제공되던 쟈스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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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면서도 센스가 곳곳에 숨어있던 The CAFFE.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한 기쁨의 여세를 몰아 일품향에서 군만두를 포장한다. 가게에서 구입한 전주막걸리를 2통 들고 나와
함께 먹는데, 서비스로 받아먹던 군만두와는 확연히 다른 맛에 기분은 더더욱 좋아진다.
튀김옷이 살아있으면서도 속에 가득한 육즙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먹고 마시다보니 또 하루가 지나간다
(일품향의 맛있는 사진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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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의 군만두&막걸리 파티.

posted by 아쌀

전주 먹거리 여행_100407

좋아하는곳 murmur 2010. 4. 18. 20:24
아무도 모르게 결심하고 포기하고 준비하고 좌절하다 저질러버린 전주여행.
원래는 전주-군산-담양의 대여정을 꿈꾸었으나 전주의 먹거리에 발이 묶여버려 3일동안 줄창 먹기만 하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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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전주역에 도착.

 새마을 호를 타고 전주역에 도착하여 알아보니 한옥마을까지는 도보로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여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직접 거리를 걸어야 그 지역과 빨리 친해지는 편이기도 하고 날씨도 좋고 해서 걷기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2시간을 걸어도 나오지 않는 한옥마을을 원망하며 헤메이다 한옥마을에 거의 다 와서 먹거리여행의 첫 발을 내 딛는다.

 유명하다는 것이 한눈에 보이는 가족회관의 외관에 반발심을 느끼고 골목으로 숨어들어 40년 전통이라는 성미당을 찾아갔다.
전주에서의 첫 식사라는 타이틀 하에 고가의 육회비빔밥을 선택. 12,000원이라는 비싼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사이에 10가지의 반찬과 육회비빔밥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일반적인 비빔밥과는 달리 이미 한번 비벼져 나오는 것이 특이했다.
맵지도 짜지도 않은, 재료의 맛이 뒤죽박죽 섞인 듯 하면서도 각각 살아있는 중용의 맛이랄까?
모주 한잔과 함께 하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더라(성미당에 대한 침이 꼴깍 넘어가는 사진은 여기에).

 부른 배를 두드리며 도착한 한옥마을. 그런데 사진으로만 보았던 것과 달리 전동성당은 그런가보다 했고, 경기전은 볼 것이 없었다.
경기전은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는 문화재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달까. 왠지모를 허전함이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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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로 가려진 하늘이 보기 좋았던 경기전의 뜰.

  한옥마을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특별한 목적없이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골목을 따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나와서 걷는 재미도 있고,
구역정리가 잘되어 있어 헤메일 염려없이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옥마을을 감싸고 있던 느리게 걷기에 알맞은 분위기가 좋았다.
물론 평일이어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한옥 특유의 여유가 가득한 한옥마을의 분위기는 인상적이었다.
다만 그리 크지않은 규모여서 골목을 헤메이다보면 같은 사람을 계속 만나게 된다는 것이 조금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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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마음이 느긋해지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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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오너라'를 외치는 건 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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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을 한 눈에 볼 수있는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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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주 박물관에 있던 달마. 전통주 딱 한잔만이라도 시음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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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 지붕으로 가득한 모습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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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에 있던 빈스 인 가배몽. 한옥을 개조한 인테리어는 인상적이었지만,
로스터리 카페에 마실 수 있는 원두가 2가지뿐이라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옥마을 방랑을 끝마치고 찾아간 객사 옆의 걷고 싶은 거리. 젊은이들을 위한 유흥가인듯 다양한 가게들이 모여있다.
의외로 세련된 가게들이 많아 감탄하며 구경을 계속하다 저녁을 먹으러 베테랑 분식으로 향했다.
 베테랑 분식의 칼국수는 일반적인 칼국수와는 약간 달랐다. 들께가루가 듬뿍 뿌려진 칼국수는 첫인상과는 달리 구수하면서 맛있었다.
들께가루가 구수함과 걸죽함을 더해주어 국물맛이 좋았다. 일반적인 칼국수 면발과는 다른 더 얇은 면발도 특이했다.
허름한 외관에 비해 상당히 큰 가게규모도 재미있었고, 주문하자마다 음식이 나오면 계산 후 유유히 사라지면 되는 시스템이어서
혼자온 남정네에게는 상당히 편했다. 칼국수 한그릇에 4,000원이라는 가격도 좋았다(베테랑 칼국수의 침이 꼴깍 넘어가는 사진은 여기에).


 걷고 싶은 거리로 돌아와 숙소를 잡은 후 들어가보고 싶던 카페 Moi로 향한다.
전주에 가볼만 한 곳을 정히한 가이드 북에서 본 카페 Moi는 마음에 들었다.
한옥을 개조한 Moi는 아기자기하면서 빈티지한 느낌의 소품들이 인상적이었다.
주문해마신 아메리카노도 쓴맛과 신맛이 적절히 조화된 맛이어서 좋았고, 분위기도 마음에 들어서 맥주 한잔의 유혹을 참느라 고생했다
(Moi에 대한 자세한 사진은 여기에).     

 숙소를 향해 가다보니 어디에선가 본 기억이 나는 간판 하나가 눈에 띈다. 인삼떡볶이가 유명하다던 옴시롱감시롱!
얼른 떡볶이와 순대를 포장해 화이트 소주와 함께 숙소에서 마무리. 떡볶이에서 나던 인삼향과 적당히 매콤한 양념이 좋았다
(옴시롱감시롱에 대한 자세한 사진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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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 사진을 보니 못참겠다!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