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고 있었어.

의미없는 murmur 2013. 5. 1. 21:18

나는 알고 있었어.

필름이 끊긴 밤을 보내고 통화목록을 보며 안도할 때마다,

마주칠 것 같은 장소를 쉽게 지나치지 못할 때마다,

잘 알고 있었어.

 

또 다시 풀지 못할 문제를 내고,

답은 커녕 정확한 문제도 모르면서

불안과 뜬 구름잡기, 자기비하에 빠질 걸

난 알고 있었어.

 

그게 너무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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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꿈. 생뚱맞다.

의미없는 murmur 2013. 4. 14. 11:56

평소엔 그다지 기억나지 않던 개꿈이 오늘 따라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나는 대학생이고, 저녁의 대학교 휴게실.

카라의 한승연이 수학문제를 풀고 있고, 내가 지나가는데 한승연이 날 부른다.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가는 걸 보니 나랑 한승연이 친구라는 설정인 듯. 

한승연이 풀지 못하는 수학문제를 풀어주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

난데없이 수능볼 때 수학을 겁나 못했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수학만 잘했으면 더 좋은 학교를 갔을텐데...'라며 안타까워하는 한승연.

그 말에 흥이 나서 고등학교 때 수학선생이 나한테 어쩌구저쩌구 하다가

보리차 끓는 소리에 잠을 깼다.

 

이게 뭐야.

난 한승연 안좋아하는데.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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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의미없는 murmur 2013. 4. 4. 20:57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1/3을 읽으면서, 나는 여러번 먹먹해지고 여러번 창 밖을 바라 보았다.

자신을 긍정하는 방법을 많은 책들이 다루지 않던, 수치심을 다룬 책이어서 예전엔 안했던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수치심에 대해서도.

 

 잘못한 행동을 한 후에 느껴지는 죄책감이 아닌, 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만드는 수치심이 얼마나 자주, 쉽게 나를 흔들었는지 생각해 본다.

무엇으로 인한 수치심인지도 모르고, 그저 도망치다 고립되어 버린 내 모습을 그려본다.

내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일임에도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비판적이었으며, 그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수치심을 주었을지를 생각해 본다. 

 

 이 책을 다 읽는다고 해서 수치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 항상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 책을 집중해서 읽고, 다시 읽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수치심이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을 공격하더라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고 싶다.

 

posted by 아쌀

다시 생각한다.

의미없는 murmur 2013. 3. 28. 22:21

 생각이 멈추었다. 그건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3년 전부터인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실제로 진행되는 것이 없던, 낭비한 시간에 휩쓸려 의욕마저 잃은 그 때부터.

 생각하는 자체가 답답했다. 생각을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

달라지지 않을텐데 고민하는 건 낭비라고 생각했다.

 술을 마셨다. 그건 순간적으로 어떤 감정에 빠지게 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생각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생각을 멈추었다.

 

 그 3년 동안 난 어떻게 바뀌었나? 

사람을 대하는 것이 덜 진지해지고 편해졌다. 즉각적으로 판단과 반응을 하게 되었다.

불평불만이 늘었다. 파편화된 감정에 휩쓸리는 일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날이 좋던 토요일 오전, 한석규가 나오는 토크쇼를 보다 울컥했다.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고, 그럼에도 계속 불안하고 혼란스럽다던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멍해졌다.

불안하고 혼란스러워 생각을 멈춘 나와는 달리, 불안과 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 생각한다는 그의 모습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는 '배우란 무엇이고, 나에겐 어떤 의미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한다고 했다.

지금 나는 자신에게 무슨 질문을 던지고 있나? 어떤 질문이 나의 근본적인 부분을 의심하고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질문인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3년 간의 간격이 크고 깊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나는 불편하고 비효율적이지만, 살아가는데 생각이 꼭 필요한 인간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괴롭다고 도망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삶을 덜 자기파괴적으로 살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posted by 아쌀

 

 

조월의 첫 앨범은 밤이었다. 새벽 2시에서 5시 사이의, 어둡고도 투명해서 조그만 빛마저도 강하게 뇌리에 남는 그런 밤.

조월의 두번째 앨범도 밤인 것같다.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의 밤. 빛과 어두움이 묘하게 어울리고 있는 다양한 색깔의 밤.

물론 두 종류의 밤 모두 내 마음에 든다.

 

1집 때에는 가사보다 소리와 제목에 집중해서 들었는데, 2집은 가사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어두운 방구석에서 가사를 읽으며 소리에 집중하다보면, 이런 밤도 좋다라고 다시금 실감하곤 한다.

기대한 만큼 멋진 밤이다.

 

p.s 꽃땅에서의 음반감상회는 참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조월의 신보를 위해 찾아온 사람들과, 공연이 아니라 음반을, 커다란 소리로 가득찬 공간에서 감상하는 느낌이 인상깊었다.

온전히 듣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의 매력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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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의 증거. 지난 2012년 결산.

의미없는 murmur 2013. 1. 1. 14:11

술에 절어 눈을 감았다 뜨니 2013년이라네.

(부정할 수 없는 게으름의 증거로)2012년의 결산을 2013년에 남겨본다.

 

2012년의 영화: 토리노의 말.

                     그 어두움. 그 바람소리. 2012년 가장 인상적이던 극장에서의 경험.

 

2012년의 음악: Tom Waits의 초기작들과 If These Trees Could Talk의 앨범.

                     자기만의 길을 외롭고 거칠게 만들어낸 한 사나이와,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 낸 연주집단

                     모두에게 칭찬을.

 

2012년의 책: 로베르토 볼라뇨의 야만스러운 탐정들.

                  편혜영의 서늘한 소설도 좋았지만, 볼라뇨의 소설은 워낙 기억에 남았다.

 

2012년의 공연: 모노의 내한공연을 눌러버린, 벨로주에서의 속옷밴드의 공연.

                     모노가 앵콜을 해주었다면 순서가 바뀔 수 있었을까? 보고나서도 30여분 간 정신을 차릴 수 없던 가장 인상깊던 공연.

 

2012년의 커피&카페: Milo 커피의 몽블랑.

                             맛있는 커피 한잔이 가지고 있는 힘은 강력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몽블랑 한잔.

 

2012년의 여행: 금오도 비렁길 여행.

                     교통편, 먹거리, 잠자리의 불편함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금오도.

                     비렁길을 걷다 마주치는 눈이 시린 바다와 중간에 먹었던 전 & 막걸리(할아버지들께서 챙겨주신 김도)를 생각해보면

                     비어 있던 가슴이 조금은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2012년의 스포츠경기: 첼시 vs 바이에른 뮌헨 챔피언스 리그 결승.

                              역사적인 첼시 우승의 순간을 작접 보지는 못했지만(그 시간에 주정뱅이들과 씨름 중이었으니),

                              가장 좋아하는 팀이 꿈에 그리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한다는 것은 정말 큰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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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상남자!

의미없는 murmur 2012. 12. 28. 23:26

 

최근에 본 것 중 가장 감탄한 영상.

진짜 남자들의 한치 물러서지 않는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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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생각해주는 스팸사업가.

의미없는 murmur 2012. 11. 6. 02:53

이 빛이 들지 않고 칙칙한 블로그에도 주기적으로 방문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그들은 스팸사업가.

나를 불쌍히 여기어 비아그라와 씨알리스를 권유하러 오곤하는 그들의 호의는 고맙지만,

나에겐 그 알약들이 필요가 없는 걸.

 

알약 대신에 맛있는 술로 아이템을 바꾸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posted by 아쌀

잔다리 페스타 타임테이블

의미없는 murmur 2012. 10. 16. 16:41

 

로보토미와 404, 넉다운과 야마가타 트윅스터를 보겠어!

지출을 줄이기 위해 술을 싸가지고 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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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밤이 있다.

의미없는 murmur 2012. 8. 3. 01:30

 

그런 밤이 있다. 그가 눈을 뜨는.

술을 마시고, 사람을 만나고, 아무 일도 없고, 행복하더라도

그가 눈을 뜨는, 그런 밤이 있다.

 

그의 눈을 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서성이다가,

눈이 감기자마자 아무 일도 아니라며 웃어 넘겨본다.

 

하지만 그의 눈은 크고 집요하다.

 

술을 마시고, 사람을 만나고, 아무 일도 없고, 행복하더라도

그의 눈을 바라봐야만 하는, 그런 밤이 있다.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