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

경험한영화 murmur 2009. 4. 1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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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JSA"는 송강호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영화였다.
그래서 박찬욱 감독의 다음 작품인 "복수는 나의 것"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내 예상과는 정반대로 "복수는 나의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영화 중 한편이 되었다.

지독히도 건조한 이 영화는 잔인하면서도 유머스럽고, 감독의 개인 취향이 많이 들어가 있음에도
무척이나 사회적이다. 현실에 의해서 복수를 하게되고 복수를 당하는 사람들을 그린 이 영화는
매우 건조한 분위기를 통해 이런 것이 현실이라고 이야기한다.
잔인한 현실을 보여주면서 때로는 무표정하고 때로는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어 보이는 이 영화는
그래서인지 보는 내내 매우 불편한 감정들을 만들어 낸다.
(사실적인 폭력묘사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냉소적인 영화의 분위기가 거부감을 자아내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전의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건조하고 냉소적인 분위기와 배우들의 멋진 연기,인상적인 촬영과 음악
등으로 인해서 "복수는 나의 것"은 "박하사탕"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영화가 되었다.

박찬욱 감독의 다음 영화인 "올드보이"에서도 표현방법은 다르지만 특유의 냉소적인 모습이 남아
있어서 만족스러웠는데, 앞으로도 계속 자신만의 냉소적이고 잔인한 모습의 영화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200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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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쌀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

경험한영화 murmur 2009. 4. 1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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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왕가위 영화를 좋아한다.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의 영화중 가장 이질적인듯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그의 영화다운 화양연화이다.

원래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를 그다지 즐겨보는 편이 아니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 역시 화양연화이다.

잘못된 사랑의 시작과 상실,사랑의 기억에 대해 말하는 이 영화는 매우 느리고 우아하다.
왕가위의 전작들처럼 빠른 호흡이 아닌 매우 느린 호흡의 진행은 오히려 나를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주인공들의 사랑 역시 표현하는 것이 아닌, 사랑을 억누르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모습이어서
더욱 애잔한 느낌을 준다.

매우 느린 호흡과 그로인해 얻어지는 숨막히는 아름다움과 슬픔을 잡아낸 카메라도 멋지고,
영화 내내 가슴을 때리는 음악 역시 아름답고 아프다.
양조위와 장만옥의 연기 또한 흠잡을 곳이 없다.

아직까지도 이 영화를 보면 영화관에서의 영화를 보고 나올때 느꼈던 애잔한 슬픔이 남아있는 느낌이 든다.
그것이 이 영화 역시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영화중의 하나가 된 이유이다.


200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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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쌀

돌스(Dolls)

경험한영화 murmur 2009. 4. 1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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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상당한 팬이다.
가장 최근에 보았던 "기쿠지로의 여름"에서는 약간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영화에 존재하는 우울하고 허무한 분위기를 매우 좋아한다.
히사이시 죠의 음악도 좋아하고 기타노 블루라 불리는
차가운 파란빛의 화면들도 나에게는 너무 소중한 것들이다.

이번에 Dolls가 개봉한다는 말을 듣고 시험이 끝나자 마자 보러 가야
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어제 개봉하자 마자 보러 가서
다시 한번 고통받고 돌아왔다.

기타노 다케시 최초의 러브 스토리라는 말에 약간은 당황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영화 자체는 그의 영화 그대로였다.
사랑과 상처,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를 차갑고 냉정하게 이야기하는 이번 영화 또한
보고 나서 마음이 상당히 허전해 졌으며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그 공허함과 우울함을 사랑한다.
볼때에는 너무 고통스럽고 괴로우면서 너무 가슴이 시리지만
보고난 후에는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그 느낌이 좋다.

영화나 음악,책등을 통해 나 자신을 (평소에는)피하고 싶던 감정의 극단까지 몰아넣고,
그로인해 다시 힘을 얻는 사람에게는 그 고통은 매우 중독성이 강한 것이고 그만큼 소중한 것이다.
다른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들처럼 "Dolls"역시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매우 소중한 영화이다.

내용에 대한 자질구래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나는 이 영화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이 영화를 좋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굳어버린 마음을 약간이나마 움직여준 영화가 Dolls 였다.

200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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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쌀

피아니스트

경험한영화 murmur 2009. 4. 1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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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보았던 가장 충격적인 영화를 고르라면 단연코 이 영화를 고를 수 밖에 없다.
극장에서 보았을때에도 매우 큰 충격을 받았던 영화였고 왜그리 큰 충격을 받았는지,
왜그리 보면서 괴로웠는지 알 수 없었기에 꼭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였다.
결국 DVD로 구해서 다시 보았는데 여전히 잔인하게 차갑고 불쾌하게 뜨거운 영화였다.

누군가를 소유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소유당하고 싶은 욕망, 억눌린 내면의 욕망과 그 그림자의 반영,
가학과 피학 등의 개인적이고 민감한 문제를 매우 차갑게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불쾌하고 때로는 외면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약간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나 자신의 약하고 아픈 곳을 자극하기에 영화를 보면서
그토록 불편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남녀 주인공의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명연기와 아름다운 음악이 도발적인 주제와 함께하는 이 영화는 위험하기에 더욱 매혹적이다.

p.s. 이 영화의 원작소설인 '피아노치는 여자' 또한 멋지다.영화를 보고 감명 또는 충격을 받았다면
원작소설 또한 보는 것을 추천한다.

2003.08.31
싸이월드 예전 글에서
posted by 아쌀

PORTISHEAD Roseland New York Live DVD

경험한영화 murmur 2009. 4. 1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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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좋아하는 ,비오는날,술마신 후,우울할때마다 생각이 나는 트립합밴드 PORTISHEAD.
오랜 시간 간절히 원해왔던 이들의 라이브 DVD를 드디어 구해서 보았다.
동명의 라이브앨범의 DVD버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단순히 듣는것만이 아닌
보고 듣는것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느리고 그루브하면서 몽환적이고 우울한 포티쉐드의 곡들과 너무나 진지하게 감상하는 관객들,
완벽한 연주를 들려주는 연주자들의 모습은 이런 공연을 직접 보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한손에는 담배를 들고 울것같은 표정으로
힘겹게 노래를 부르는 베쓰 기븐스의 모습도 멋지다.

듣고 보다보면 전율마저 느낄 정도로 매력적인 라이브.
꽤나 비싼 가격을 주고 구했지만 너무나도 뿌듯한 내용의 타이틀이라서 만족스럽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단 하나.
단한번만이라도 포티쉐드의 라이브를 직접 보는 것이다.

200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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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쌀

보노보노 극장판

경험한영화 murmur 2009. 4. 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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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팬이기에 얼마전에 발매된 보노보노의 극장판 DVD을 매우 탐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놈의 돈때문에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구해서 볼 수 있었다.

보노보노를 좋아했던 이유는 썰렁하게 웃기며 유치한 듯 하면서도 보고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느낌이 있기 때문이었는데, 이번 극장판 역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3D로 그려진 보노보노의 모습은 어색하지 않을까라는 나의 우려를 한번에 날려버릴 정도로 귀여웠다.
또한 아기자기하면서도 환상적이기까지 한 장면들도 매우 인상 깊었다.한국어 더빙의 경우에는
TV판의 성우가 그대로 연기를 하고 있어서 보노보노 특유의 느낌을 살릴 수 있었다.

외적인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보노보노가 담고 있는 가볍지만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 또한 마음에 들었다.
나쁜 기억을 잊고 싶어하는 우리지만 그 중의 정말 소중한 기억들도 같이 잊어가는 건 아닐까..
라는 물음을 나 자신에게 할 수 있게 해주어서 더더욱 마음에 든 작품이었다.

영화를 많이 보고 있는 요즘에서도 매우 인상적인 작품으로 기억 될 보노보노 극장판.
이제는 어서 TV판도 DVD로 모아야 겠다는 생각이다.


200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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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쌀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경험한영화 murmur 2009. 4. 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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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은 언제 보아도 걸작

너무나도 유명한 공각기동대. 1995년에 발표된 작품이니 벌써 15년이 다되어가지만, 지금 다시보아도
대단한 작품임이 분명하다.

리얼한 느낌을 주는 2029년의 시대묘사와 만화적이면서도 극사실적인 느낌을 주는 작화, 묘한 이질감을 주는
음악(일본 고대부족의 노래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메인테마의 경우 들을 수록 묘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SF에서 빠지지않고 등장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까지 모두 이 작품 안에 있다.

지금 다시 보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괴물같은 생명력의 걸작 애니메이션.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몇몇 장면들과 메인 테마다 머리속을 헤집는다.
애니메이션이라는 표현 매체에 비판적이지 않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한번 보길.

직접 보고 판단해보는거다.




posted by 아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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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사랑이었나? 용서받지 못할 범죄자였나?

한편으로는 애절한 사랑영화로, 하지만 단순한 사랑영화라기에는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영화였지만,
오랜만에 본 감동적인 영화임은 틀림없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의 독일을 배경으로 한 연인의 엇갈린 사랑을 이야기하는 '더 리더'는 어떻게 보면
흔한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인공의 사랑이야기에 영화의 역사적인 배경과 그로 인한
질문이 더해짐으로서, 더욱 애절하고 특별한 사랑이야기로 거듭나게 된다.

원작소설에 비해서는 사회적인 질문의 깊이가 줄고, 사랑이야기에 초점이 많이 맞추어 졌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충분히 감동적이다.

케이트 윈슬렛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꽉 차있는 연기라기보다는 여백이 남아 있는 연기를 통해
관객이 해석할 여지를 남겨두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아름다운 음악도 인상적이었다.

잔잔하지만 무게감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감동적인 영화. 추천할 만 하다.

 
posted by 아쌀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

경험한영화 murmur 2009. 3. 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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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끈 감은 눈을 뜰때, 무엇과 마주하게 되는가?

위대한 감독인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한 부부가 욕망을 직시하게 됨으로서 벌어지는 일을 차갑게 그려내었다.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으나, 인정하지 않았던 감정들: 욕망, 질투, 소유욕, 분노, 두려움 등의 감정을
직시하게 만드는 스탠리 큐브릭의 연출이 인상적이다.
철저하게 계산된 공간과 다양한 암시로 가득찬 소품들, 스탠리 큐브릭의 지독한 연기지도가 느껴지는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까지, 여전히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답다.

전라의 배우들이 많이 등장함에도 성욕보다는 호기심, 두려움, 불쾌함을 불러일으키는 이 영화.
자신의 욕망으로 가득찬 꿈,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기 위한 가면을 마주하고 두려움에 울음을 터트리지만,
그럼에도 'Fuck'을 해야한다는 주인공의 대화를 통해, 내 자신의 욕망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아이즈 와이드 셧.

질끈 감은 눈을 뜨고 욕망을 직시할 때, 당신의 눈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P.S.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또다른 포스터. 궁금하면 more 버튼을...(성인이라는 전제 하에 클릭하길)

posted by 아쌀

레슬러(The Wrestler)

경험한영화 murmur 2009. 3. 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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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나의 세상이다 - 3류 인생을 바라보는 가감없는 이야기

예전에는 최고였으나, 이젠 퇴물이 되어버린 레슬러.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링에서 자신을 다시한번 불태운다는 이야기.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이 영화를 진지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인간승리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승리하지 못할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는 3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이 역경을 무릎쓰고 펼치는 마지막 경기는 화려한 복귀전도, 챔피언 결정전도 아닌 자신의 기념경기일뿐.
이제는 지나가버린, 색이 바래버린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그는 링에 오른다. 자신을 완전히 불태우기 위해...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멈춰서버린 3류 인생들. 그들의 모습을 별다른 감정없이 보여주는  이 영화는
그 열린 시각으로 인해 보는 이에게 더 큰 상념을 전해준다.

이 영화에 1류 인생은 등장하지 않는다. 모두다 무엇인가를 잃어버린채 멈춰있을 뿐.
그 모습을 보고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손가락질하거나 외면할 것인가?

P.S. 1. 배우들의 연기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냥 보고 느끼면 된다. 미키 루크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를 본 후에
           확인해도 늦지 않다.
       2. 레스링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레스링 장면들이 매우 즐거울 것이고,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끔찍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쇼이며, 레스링이다.
       3.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The Wrestler' 중 한 구절.

          Have you ever seen a one-legged man trying to dance his way free?
          외다리 사내가 춤을 추어 자유로워지려고 용쓰는 모습을 본 일이 있소?
          If you've ever seen a one-legged man then you've seen me
          외다리 사내를 보았다면 당신은 나를 본 거요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