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지옥

경험한영화 murmur 2009. 9. 6. 13:19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국 공포영화를 믿어온 자에게 복이 있으리니

 한국 공포영화를 믿어온 팬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기대하지 않던 순간에 등장하던 범작과 소수의 수작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공포영화 팬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무서울 정도의 사다코에 대한 집착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던 대부분의 공포영화는
 한국이라는 사회에서는 공포영화보다 현실이 더욱 무서울 수 밖에 없구나 라는 자조섞인 한숨과 함께
기억속에서 잊혀져 갔고, 한국 공포영화에 대한 믿음 또한 사라져 갔다.

 별 다른 기대없이 지나가는 듯 하던 2009년에 난데없이 공포영화 팬들을 술렁이게 만든 영화가 등장했으니,
그건 바로 불신지옥이었다. 자주 방문하는 장르영화 커뮤니티에서의 연이은 호평에 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
어느샌가 영화를 내리는 분위기가 되어서야 겨우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긴장을 하면서 보았던지, 극장을 나설 때는 온몸이 찌뿌둥 했을 정도였다.
자극적인 장면이나 사다코 없이도 영화는 무서웠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서웠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출도 무서웠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

 특정종교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더 큰 존재에 대한 광신으로 무너져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공포스럽게 그린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감독의 연출 또한 공포영화의 법칙에 충실하면서도 약간의 변형을 준 점이 좋았고, 오버없이 간결하게 연출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그 중 광기를 보여주던 수위아저씨는 인상깊었던 캐릭터였다.

 물론 이야기를 너무 갑작스럽게 마무리하는 점이나, 결말을 더욱 극단적으로 갔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정도의 결과물이라면 한국 공포영화라면 고개부터 흔들고 보던 사람들에게도 권할 만한 영화라는 생각이다.

'소름' 이후 가장 흥미롭게 본 한국 공포영화. 한국 공포영화에 대한 불신을 깰 수 있는 영화를 만났다는 것이
무엇보다 반갑다.


posted by 아쌀

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MIES)

경험한영화 murmur 2009. 8. 20. 22: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니 뎁의 원맨 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마이클 만 감독+조니 뎁+크리스찬 베일 만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대하던 퍼블릭 에너미.
기대했던 대로 이번에도 사나이들의 이야기로 가득찬 영화였다.

 마이클 만 감독에게 기대하는 그대로, 특별한 반전은 없지만 긴장감을 주면서 흘러가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뽀대나는 연기(연기를 잘했다는 표현보다는 뽀대가 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1930년대 미국을 그려낸 인상적인 배경과 도심 한복판부터 산 속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총격전의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약간 아쉬운 점은 예상과는 달리 크리스찬 베일의 비중이 적었다는 것. 너무 임팩트가 적은 역활이랄까?
극이 절정을 향해 달려 갈수록 빛이 나는 조니 뎁에 비해 크리스찬 베일은 빛을 잃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건 연기를 못했다기 보다는 크리스찬 베일이 맡은 캐릭터의 한계로 보여서, 마이클 만 감독의 연출이 아쉬웠다.

 크리스찬 베일의 비중이 적다는 말인즉, 조니 뎁의 팬들에게는 큰 팬서비스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과 같을 터.
일할 때는 쿨하면서 믿음직한, 하지만 사랑할 땐 화끈하며 낭만적인 사나이 조니 뎁을 만날 수 있다.
비참한 최후를 예감하면서도 성냥개비를 씹는 간지를 잊지 않는 홍콩 르와르의 주인공처럼, 마지막까지
간지를 잊지 않는 조니 뎁의 모습에 헉헉 거리는 사람도 많을 듯.

 개인적으로는 '히트'에서처럼 조니 뎁vs크리스찬 베일의 1on1을 기대했는데, 조니 뎁의 원맨쇼로 끝이 나서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여전히 사나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약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P.S. 영화 내내 나를 하악하악 하게 만든 건 클래식한 슈트들이었다. 역시 슈트는 유니섹스니 뭐니 하는
       잡소리를 집어치우고 사나이의 유니폼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할 때 가장 멋지다. 그 더블 브레스트 슈트들이란!!

 

posted by 아쌀

회로 (回路)

경험한영화 murmur 2009. 8. 4. 11:49
헤어나올 수 없는 공포의 깨달음

회로는 유령이 나오는 영화이지만, 유령이 공포의 대상인 영화는 아니다.
큐어(CURE)에서와 같이 회로에서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감정을 공포의 대상으로 삼는다.
외로움.

자신이 외로운 존재이며, 이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회로 속의 인물들은 사라져간다. "도와줘"라는 뒤늦은 한마디를 남기며.

큐어가 그렇듯, 회로에서도 자극적인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공포영화처럼 불이 켜진 후 안도감을 느끼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회로는 어울리는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외로움으로 인한 공포에 공감하는 사람에게 회로는 무서운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회로를 본 후 빨간 테이프가 붙은 문이 내 안에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결정해야 한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도와줘"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지기 전에.

posted by 아쌀

카모메 식당 (Kamome Diner)

경험한영화 murmur 2009. 7. 22. 21:47

핀란드에서 펼쳐지는 행복한 판타지 라이프

카모메 식당은 간단한 이야기를 가진 영화다. 핀란드에 있는 일본식당과 주변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마치 주먹밥처럼 소박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떤 사람은 그 소소한 이야기를 보며 미소를 지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지루함에 몸부림 칠 수 있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닌 영화다.

그런데 카모메 식당은 정말 이야기가 중요한 영화일까?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나의 감상은 이야기보다는 영화 전체를 통해 드러나는 '삶의 방식'과 관련되어 있다.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다.
나만의 삶에 리듬에 맞추어 산다.
조그만 것에서도 행복을 찾는다.
과거나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며 산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찌보면 당연하고 쉬워보이는 문장들이지만, 카모메 식당을 보면서 깨닫는다.
'아! 나에게 저런 삶의 방식은 판타지로구나'  
그래 내가 보기에 카모메 식당은 완벽한 판타지 영화다.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실행하기에는 큰 결심이 필요한 또다른 삶의 방식에 대한 판타지를
소소한 이야기, 따뜻한 등장인물들, 맛있는 음식(!) 을 통해 보여주는.

이 영화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이야기보다는 이 영화가 긍정적인 시각으로 제시하는 삶에 방식에
공감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나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이 영화가 보여준 행복한 판타지를 행복한 꿈으로, 꿈을 행복한 현실로 만들고 싶어졌다.
그 시작은 커피를 맛있게 만들어주는 주문 "코피 루왁"을 외우는 것 부터다.


카모메 식당에 대한 추가정보는 [여기] 에서 확인할 수 있다.

posted by 아쌀

큐어 (CURE)

경험한영화 murmur 2009. 7. 19. 23:19
이런 식의 '치유'는 받고 싶지 않아.

말로만 들어오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
심리적인 공포물이라는 말에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리도 무서울 줄은 몰랐다(아마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운 것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가장 무서웠던 것은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되는 증오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
'치유'받아야 할 증오가 내 안에도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이 영화는 정말 무서워진다.

일반적인 공포영화에 비해 자극적인 장면이 많지는 않다(그렇다고 고어씬이 없는건 아니다).
하지만 자극적인 장면보다는 어둡고 불쾌한 긴장감을 통해 공포심을 자극하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배우들의 멋진 연기 또한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영화는 스크롤이 올라가도 끝나는 것이 아니다.
" 넌 어떤 사람이야?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
라는 피할 수 없는 질문에 답하기 시작하는 순간, 나 자신이 주인공인 새로운 영화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큐어에 대한 추가 정보는... [여기] 에서 (줄거리 중 어처구니 없게도 스포일러가 있으니 조심을!!!)
   
posted by 아쌀

드래그 미 투 헬(DRAG ME TO HELL)

경험한영화 murmur 2009. 6. 12. 23:20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동안 이러고 싶던 걸 어떻게 참았어, 샘???

나도 샘 레이미의 팬이다. 그 중에서도 스파이더맨의 감독 샘 레이미보다는 이블데드의 감독 샘 레이미의 팬이다.
나와 같은 팬들은 스파이더맨으로 인기를 끄는 샘 레이미의 모습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런 마음이 전해졌는지 예전 팬들을 위한 영화를 들고 샘이 돌아왔다!

개봉일날 달려가서 영화를 본 소감은 "이게 바로 오락영화로구나!!"
어렵고 무거운 설정에 머리를 싸맬 필요없다. 난데없는 이야기 전개를 따라갈 필요도 없다.
이야기는 전형적이고 간결하면서 멈춤없이 달린다. 그 말인즉, 샘 레이미가 준비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아무 생각없이 즐기기만 하면 된다는 거다. 그리고 이 영화 즐길 가치가 있다.

이블데드의 팬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분위기(이블데드 2처럼 공포와 코믹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와
악취미적인 장면들(잔인하지는 않지만 말그대로 악취미적인), 난데없는 개그가 섞인 드래그 미 투 헬은
친구들과 낄낄대면서 보기 좋은 영화다. 이블데드나 악령이 나오는 공포영화들을 본 사람이라면
더욱 재미있겠지만, 전작들을 보지 못했다고 해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샘 레이미가 벼르고벼르던 롤러코스터에 타고 주인공의 개고생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무서운 장면에서는 벌벌 떨고, 역겨운 장면에서는 헛구역질을 하고, 웃기는 장면에서는 웃으면 된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온 후에는 한 마디하는 걸 잊지 말자.
"그동안 이러고 싶던 걸 어떻게 참았어, 샘???"



posted by 아쌀

박쥐 (Thirst)

경험한영화 murmur 2009. 5. 11. 21:5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하나의 거대한 낭비다.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 박쥐. 믿을만한 사람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욕할거면 보고나서 욕하자'라는 마음으로 본 박쥐는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웠다.

박찬욱의 전작들을 나쁘게 보지 않았기 때문에('복수는 나의 것'은 매우 좋아하는 영화다),
어찌보면 스타일 상 크게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박쥐에 대한 실망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스타일리쉬한 화면, 건조하면서 기괴한 장면에서 터지는 냉소, 박찬욱 감독 특유의 악취미적인 장면들까지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작들과 박쥐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깊이이다.

비록 냉소와 악취미로 둘러쌓여 있더라도, 전작들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하고 힘이 있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는 깊이가 있었으며, 영화를 보고나서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또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는 수단으로서의 냉소와 악취미적인 장면들은 효과적이었으며,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수단이 잘 어우러지면서 전작들은 인상적인 영화가 되었다.
(명확한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복수 삼부작이 인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박쥐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하지도, 깊지도 않다.
욕망과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 구원에 대한 이야기? 그것도 아니면 사랑 이야기?
무엇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그 주제에 비해 이야기의 깊이는 너무도 부족하다.
오히려 이야기에 대한 고민보다는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것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보일 정도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냉소와 악취미적인 장면들은? 그저 고문일뿐이다.

근데 이야기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대체 왜 이렇게 만든거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하지도 않은데,
최고의 배우들과 스텝들, 적지않은 제작비를 들여 개인적 취향임이 분명한 냉소와 악취미를 영화로 만들었을까?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였다면, 더욱 더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어야 했다.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 더욱 작은 영화를 만들었어야 했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박쥐는 개인적인 취향을 거대 제작비로 만든 샘이 되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만든 영화를 대중들에게 보게하기 위해 동원되는 수단들이란 뻔하다.
김옥빈이 벗었다는 둥 송강호 성기노출했다 등등.
하지만 낚여서 온 관객들은 이 개인적인 영화에 당연히 분노할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애초에 이 영화는 논란의 대상이 될 만한 영화가 아니다.
자기 색이 뚜렷한 감독이 만든 새로운 영화일뿐이며, 전작들을 본 관객에게는
약간은 아쉬운 작품 정도로 느껴져야 하는 영화이다.

이게 얼마나 커다란 낭비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명확하지 않은, 개인적인 취향으로 가득한 영화를
대중을 생각하며 만든 것처럼 포장함으로서 벌어지고 있는 낭비들.

posted by 아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를 순식간에 3류 에로로 만들어 버리는 제목을 보라.
원제인 "VICKY CRISTINA BARCELONA"보다는 쓰리썸이 나오는 에로물로 홍보하기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건가? 이런 멍청한 제목센스를 보았나..

하지만 삼류 제목에 현혹되면 안된다. 이 영화 재미있거든.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랑을 수다스럽게 늘어놓으면서, 유쾌하게 사랑의 다양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느낌이 보는 이를 기분좋게 하는 영화랄까?

거기에 호화찬란한 배우들은 어떻고? 하비에르 바르뎀과 페넬로페 크루즈, 스칼렛 요한슨까지
매력적인 배우들이 아름다운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아름다우면서 충동적인 모습의 페넬로페 크루즈도 좋았지만,
느끼하면서도 섹시한 하비에르 바르뎀이 최고였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서의 충격적인 캐릭터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에 반했다.
('비키' 역을 맡은 레베카 홀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다. 처음 보는 배우인데도 다른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제목만으로 선입견을 내리기에는 아쉬운 영화다.
사랑에 대한 수다같은 유쾌한 영화.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 바르셀로나에서 들려오는 사랑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거다.

0123456
 
  이건 예고편.




posted by 아쌀

랑페르(L'Enfer)

경험한영화 murmur 2009. 4. 13. 12:45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테의 신곡 중 지옥 편을 영화화 했다는 랑페르.
이 영화를 본 후의 느낌은 무서움이었다.
공포영화도 아니고, 잔인한 장면이 나오지도 않는데 왜 무서웠을까?

그건 이 영화가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며 겪게 되는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럴거다.
관계와 단절로 인한 질투,외로움,고통과 같은 감정은 우리를 지옥으로 빠뜨린다.
하지만 지옥이라는 것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옥은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것이고, 우리는 더욱 비참해지기 위해 그 지옥을 더욱 거대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자기 스스로가 만들어낸 인간 관계의 지옥이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전에도, 지금도 내 곁에 존재하고 있는 지옥을 재현하기 때문에,
이 영화가 무섭다.  

posted by 아쌀

랜드 오브 더 데드(Land of the Dead)

경험한영화 murmur 2009. 4. 13. 12:43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공포영화를 좋아한다.
수많은 공포영화중에서도 내가 즐겨보던 것은 어기적 거리는 단체출연으로 대표되는 좀비물이다.
수많은 군중들이 미쳐 날뛰는 가운데 정상인(그런데 좀비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몇명의 사람을 정상으로
봐야 하는가? 좀비가 대중인 이상에 몇명의 사람은 비정상이 아닐까?)녀석들이 살아보겠다고 아둥바둥거리는
내용을 담고있는 좀비영화들은 고어적인 장면들의 스펙타클과 함께 대중이 되지 못하는, 그래서 대중들에게
위협을 받는 사람들의 공포를 그려내고 있다.

대중에 의한 공포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는 대중의 능력과 폐혜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최근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기에 보고 나면 그토록 기분이 더러운 것일게다.
(물론 이런 걸 무시하더라도 시체들이 찌질이 처럼 걸으면서 팔다리를 하나라도 더 뜯으려고 몰려다니는 꼴을
보는 것이 그리 유쾌한 광경이 아니라는 것은 인정한다.)

랜드 오브 데드는 좀비물의 아버지 격인 조지 로메로가 오랜만에 감독을 한 좀비물이다.
조지 로메로는 기념비적인 공포영화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통해 좀비영화의 기준을 세워버린 인물이고
그 후의 작품들도 수많은 좀비영화의 팬들에게 교과서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어서 이번 영화의 개봉은
공포영화 팬들에게는 큰 뉴스였다.
나 역시도 왕년의 공포영화팬으로서 이 영화에 내심 큰 기대를 하고 영화를 보았는데, 본 후의 느낌은
'역시 오리지널의 공력은 대단하군'이었다. 최근에 나온 수많은 좀비영화들이 있지만 역시 좀비와 함께 늙어온
할아버지의 공력은 깊어서 좀비영화의 팬들은 그 모습만으로 기쁠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좀비물이라는 것이 공포영화 중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뉘는 영화이기에 이렇게 이야기 해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팔다리가 날라다니고 불쾌한 모습의 좀비들이 활개를치는 가운데에서도 빈부격차
문제라던가 자본주의의 폐혜를 건드리는 공력은 좀비영화의 거장으로서의 연륜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것은 조지 로메로의 영화를 리메이크 해서 얼마전에 개봉했던 "새벽의 저주"를 보면 알 수 있다.
장면의 강도와 기술은 진보했으나 단순한 잔혹액션영화가 되어버린 "새벽의 저주"는 "랜드 오브 데드" 만큼의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냥 액션영화같았던것이다.)  

최근의 빠르고 신나는 좀비영화의 팬이거나 좀비영화에 대한 애정이 없는 관객들은 실망하는 분위기가
많이 보이더라만,(끝이 약간 허무하긴 하다.) 좀비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팬이거나
오리지널 좀비영화를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2005.09.05
예전 싸이월드 글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