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동] 다동커피집

의미없는 murmur 2009. 8. 14. 11:39
1. 다동에 있는 커피집, 일반적인 카페라기 보다는 다방같은 분위기랄까? 위치도 찾기 쉽지 않고
   찾은 후에도 간판에 당황하게 되지만, 커피맛 하나만으로도 찾아갈 가치가 있다.

2. 좁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느껴지는 다방의 분위기, 세련미와는 담을 쌓은 분위기지만,
   은은한 클래식과 커피 관련 소품이 편한 느낌을 준다.

3. 손흘림 커피(드립커피라고 보면 된다)와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바리에이션(라테나 카푸치노 등), 다양한
   종류의 차가 있으며, 이 모든게 3,000원이다. 에스프레소 바리에이션을 제외한 모든 음료는 무한정 리필이
   가능하다(다양한 음료로 변경하여 리필이 가능하다).

4. 마셔본 음료는 예가체프와 과테말라 안티구아, 하우스 스페셜 스트롱.
   
   예가체프는 결명자 차를 연상시키는 연한 색에 한번 놀라고, 강렬한 고구마 향에 두번 놀랐다.
   지금까지 마셔본 예가체프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향. 가벼운 듯하면서 기분좋은 여운을 남기는 맛이
   정말 좋았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역시 다른 카페와는 달리 맑고 기분좋은 신맛이 강조되어 있었고, 하우스 스페셜 스트롱은
   에스프레소 잔 크기의 작은 잔에 나오는 진한 커피였는데, 진한 향과 상큼한 신맛이 잘 조화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5. 전반적으로 다른 카페보다 맑고, 기분좋은 신맛이 강조된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커피의 신맛보다 쓴맛을 선호하는데도, 다동커피집의 신맛은 맛이 좋았다.
   일반적인 커피보다는 은은한 차를 마시는 듯한, 새로운 커피를 맛본 느낌이다.

6. 커피 3잔을 마시고도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너무 감탄하면서 마신 예가체프 100g과 이정기 선생이
   고안했다는 드리퍼까지 함께 구입했는데도 10,000원이 안되는 금액에 기분좋게 나올 수 있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찾아가볼 가치가 있는 곳.
 (참고: 2010년이 되어 4,000원으로 1,000원의 가격인상이 있었다. 참고하시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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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동 커피집에서 산 예가체프와 드리펴. 벌써부터 직접 내려볼 생각에 설레인다.


p.s 다동커피집에 대한 좋은 포스팅이 있어 올려본다.
      자세한 사진과 가는 방법이 나와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가보길.

다동커피집에 대한 추천 포스팅 보기

posted by 아쌀

커피&카페 중얼중얼

의미없는 murmur 2009. 8. 12. 23:09

1. 가장 맛없는 커피를 만드는 방법 

 언제부턴지 아버지와의 식사 후에는 내가 커피를 만들어 드리곤 한다.
아버지의 식사 마무리는 물 한잔이 아니라 커피 한잔인데,
그 중요한 의식을 내가 담당하게 된 거다.
 
사명감을 가지고 드립, 에스프레소에 카푸치노까지 다양하게 드리고 있는데,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뿌듯하다.

 하지만 요즘 심한 감정의 기복을 경험하고 있는지라 때로는 안 좋은 기분으로 커피를 준비하는 일이 잦아졌다.
귀찮다기보다는 짜증이 난 상태로 커피를 만들고 나면 내가 봐도 맛없는 커피가 만들어진다. 
맛없는 커피를 드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조금 더 잘 만들어드릴걸'하는 후회를 하지만, 이미 맛없는 커피는 내 손을 떠난 뒤다.

  커피 한잔에 감정이 담기고 그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커피를 대접한다는 행위에도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장 맛있는 커피는 남이 만들어준 커피, 그중에서도 정성을 담아 타준 커피이고, 가장 맛없는 커피는 정성없이 만들어준 커피라면,
나는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주는 사람이고 싶다. 조금 더 마음과 정성을 담은 커피를 만들어주고 싶다.

가장 맛없는 커피를 만드는 법은 완전히 알았다. 그리고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다.
이제는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법을 배울 차례다.

2. 카페가 멀어졌다?

 나는 카페를 좋아한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것도, 수다를 떠는 것도,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것도 좋아한다.
커피의 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카페라는 공간이 가지는 힘이 나를 카페로 이끄는 것 일게다.
이렇다보니 다양한 카페를 가는 것 또한 나에겐 즐거운 일이다.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어 찾아가기도 하고, 돌아다니다 우연히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기도 한다.
‘나만의 카페를 가지고 싶다’라는 꿈이 생긴 후부터 카페를 가는 것은 또 다른 공부가 되었지만,
기본적으로 카페를 가는 것은 나에겐 즐거운 놀이였다.

 그런데 요즘엔 카페를 가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집에서 나가기가 귀찮아 진 것도, 경제적인 부담이 커진 것도, 혼자 카페를 가면 느껴지는 외로움이 싫어진 것도
원인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더는 카페를 가는 것이 즐거운 놀이가 아닌 것이 된걸까?

 
 나만의 카페가 꿈인 사람이 카페에 가는 것이 즐겁지 않다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런 꿈을 가지게 된 이유도 내가 카페를 통해 경험했던 즐거움을 나만의 공간에 구현하고 싶은 욕망 때문 이었는데,
욕망을 만족시키기도 전에 기운이 빠져버리는 모습이라니.
나에게 카페는 경험하고 이해해야할 대상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즐거운 공간이어야 하는데,
경험과 이해에만 집중하다 보니 즐거움을 잊은 것 같다.

 아직도 기억한다.
어느 카페에서 꽃향기가 나는 듯한 커피를 마시며 행복해하던 저녁을. 맛있는 음료와 고립된 듯 이어져 있는 분위기의 카페가 주던 행복을.
그래. 다시 카페로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겠다.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하던 강릉의 보헤미안도 다녀오고, 맛있는 커피를 대접한다는 곳들도 다니고, 눈에 띄는 카페를 무작정 들어가기도 해야겠다.
가장 즐거운 방법으로 내 꿈과 가까워져야겠다.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