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의 책들

경험한책 murmur 2009. 12. 19. 18:36

2009년에 기억에 남는 책들.

1. 비밀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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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비밀을 본다는 관음증적인 쾌락 이상의 것이 있다.
나만 비밀을 가지고 힘들어 하는 것은 아니라는 당연한 깨달음이
위안을 주는 책.










2. 코맥 매카시의 국경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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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비정한 멕시코 국경을 떠도는 소년들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되어버린
코맥 매카시의 차가운 소설.












3. 1Q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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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4. 러브크래프트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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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인데 다 무섭다.
심해나 우주를 무서워하는 사람에게는 악몽의 백과사전같은 책.













5. 루시퍼 이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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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과 상황의 힘을 깨닫게 해준,
그리고 내 안의 악마를 다루는 방법을 깨닫게 해주는 책.













6. GQ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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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호를 기념하는, 숫자 100과 관련된 기사로 가득한 특집.
잘 기획된 잡지를 읽는 것의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기억.












7.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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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주인공과 차가운 줄거리, 때로는 너무나 아름다운 문장.















8. 꿈꾸는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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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의미가 있는 책이 되었어.













posted by 아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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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황금가지 홈페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공포의 심연으로의 초대장

 몇년 간의 기다림 끝에 발간된 러브크래프트의 전집은 명확하게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구조가 비슷하다.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미지의 존재를 발견한 등장인물들이
그로 인해 파멸하는 모습으로 채워진 대다수의 이야기들.
거기에 최근의 공포소설에 비해 표현이 자극적이지도 않고, 묘사나 이야기 진행은 장황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네크로노미콘? 크툴루 신화? 뭘 어쩌란 말이야?!

 하지만 이건 모두 게임의 법칙과 같다. 러브크래프트가 만들어낸 거대한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 지식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모든 이야기들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러브크래프트가 만든 거대한 세계 속에서 만난 미지의 존재들 앞에서 무력할 수 밖에 없는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는 것은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있는 근원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일이다.
 자신의 지식과 힘을 넘어서는 존재에 대한 공포를 피하기 위해 사회를 구성하고 종교를 만들어 온
인간이지만, 그 무의식 속에는 그 공포가 남아있는 법. 끝이 안보이는 심해를 바라보며 느끼는 그 공포의 감정.
 러브크래프트는 자신이 만든 거대한 세계를 통해 독자를 사회와 종교 이전의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공포로
가득차 있던 미약한 인간으로 되돌려 놓는다.

대부분은 관심조차 없지만, 누군가는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숭배할 수 밖에 없는,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러브크래프트.
이 거대한 어둠 속으로 첫 발을 내딛을 지는 직접 결정할 일이다. 그 선택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잊고 싶은 지루함의 악몽이, 누군가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어둠의 악몽이 기다릴 것이다.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