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피 -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경험한책 murmur 2012. 4. 10. 21:24

차가운 체념이 느껴지는 추리소설

 

 처음 이 책에 대한 글을 접했을 때, 끌림과 동시에 망설임이 있었다.

끌렸던 부분은 작가의 국적이자 소설의 배경이 아이슬란드라는 것.

시규어 로스의 다큐멘터리에서 본, 아이슬란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신비한 이미지가 소설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그다지 즐기지 않기에 약간은 망설였다. 작가와의 두뇌싸움이라는 자세로 읽지 않고

(아쉽게도 그 정도의 두뇌가 나에겐 없다), 일반 소설과 같은 방식으로 읽기에

미스테리와 반전, 해결의 즐거움이 강렬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고 나니 이 소설, 묘하다.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에 기대했던 분위기는 살아있으면서도,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다르다.

 

 전반적인 소설의 분위기는 차갑다. 햇빛이 구름에 뒤덮힌,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차가운 오후와 같은 분위기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알게되는 아이슬란드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 소설의 분위기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한 건의 살인사건으로 시작하지만, 사건을 파헤쳐갈수록 더욱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는 짙어진다.

 

 끝을 향해 갈수록 뒷통수를 치는 반전이나 정의가 승리한다의 분위기 대신, 차갑고 슬픈 진실이 모습을 보인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느껴지는 것은 분노나 슬픔 이상의, 체념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가슴이 시린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치 않았기에, 먹먹한 체념이 기억에 남았다.

 

 일반적이지 않은 추리소설이지만, 그 일반적이지 않음이 더욱 마음에 들었던 소설이었다.

좋은 소설을 만났다는 기쁨과 함께 아이슬란드에 대한 동경이 좀 더 커지는 것을 느꼈다.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