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 (Vertigo)

경험한영화 murmur 2010. 11. 9. 23:32
사용자 삽입 이미지

Oldies But Goodies!!
 
 히치콕의 영화 중 직접 본 것은 '싸이코'와 '새'밖에 없는 나로서, 히치콕의 영화는 다하지 못한 숙제와 같은 느낌이었다.
이전에 본 두 작품은 호러장르의 팬이라는 편향된 시각으로 본 것이었다면, '현기증'은 장르영화의 팬이 아니라,
영화팬으로 바라본 차이가 있었다고 할까? 그런데 예상보다 더 '현기증'은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지금의 시각으로서는 느린 편집과 예상가능한 이야기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충분히 지루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느껴지는 불안함 또는 스릴넘치는 분위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틈은 없었다.
등장인물들의 과장된 듯하지만 강렬한 연기와 (지금의 시각으로는)어설픈 특수효과를 잊게 만드는 촬영기법,
그리고 뭐라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신경증적이고 묘한 분위기만으로 만들어 낸 긴장감이 인상적이었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자주인공이 풍기는 분위기였는데, 직접적인 노출이 없는데도 에로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대단했다. 그 우아하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의 눈빛!

최근의 빠르고 자극적인 스릴러 영화에 뒤지지 않는 스릴과 몰입감이 인상적이었던 '현기증'은,
고전영화가 가지고 있는 '본질'의 힘을 깨달을 수 있는 멋진 경험이었다.

p.s.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영화는 뭔가 깊은 '무엇'이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를 심리학을 공부하고 나서 다시 본다면 지금의 단순한 느낌 이상의
강렬한 충격이 있지 않을까하는 그런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