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27_모임 별&백현진 연주회

경험한공연 murmur 2010. 4. 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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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가야지 마음먹으면서도 가지 못했던 모임 별의 연주회를 다녀왔다.
모임 별의 음악을 제대로 접해보지 못해서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백현진의 노래를 라이브로 듣고 싶어
게으른 몸뚱이를 달래어 나선 토요일 오후의 길.

 Ssam에 도착해서 우선 놀랐던 점은 관객이 상당히 많았다는 점.
공연시작 10분 전에 도착했지만 표에 적힌 티켓 넘버는 85번. 이후에도 계속 사람이 들어와서 Ssam이 가득찰 정도였으니
(스탠딩 공연이 아니라, 바닥에 앉아 보는 형태여서 공간이 더욱 좁았다)120~130여명 정도 입장한 듯.
그래서 공연을 보는 내내 사람에 치이는 느낌이 들어 불편했다.

 주종에 상관없이 5병 이상의 술을 가져와야한다는 공지때문이었을까? 봉지 가득 술과 안주를 사온 사람들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술마시며 공연보는 분위기가 좋아보였다
(나는 페트병에 든 소주를 못찾아서 생수 한병만 들고 갔는데, 결과적으로는 화장실을 갈 일 없이 자리를 지킬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옴싹달싹 할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술을 마시다보면 자연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고,
그 때문에 공연 후반이 될수록 분위기가 산만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의외로 많던 어린 여성 관객들과 다른 홍대 클럽공연에 비해 강남 느낌이 물씬나는 패션리더들도 특이한 점이었다.

 지금까지 내용에는 투정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너무나 좋았다.
매우 하드한 전자음악을 들려주던 쿼크팝(QUARKPOP)의 오프닝 공연이 끝나고 시작된 별의 공연은 신선했다.
모임 별의 노래들은 유투브를 통해 몇번 본 것이 다여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중얼대는 듯한 보컬과 부유하는 듯하면서도 때로는 적당히 몸을 들썩이게 하는 연주가 좋았다.
앵콜 요청없이 연주된 앵콜곡 브로콜리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 커버 역시 재미있었다.
약간의 알코올 기운과 함께 비틀거리며 들으면 좋을 것 같았으나, 현실은 앉은 채로 고개만 까닥댈 수 밖에 없어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너무 보고 싶었던 백현진의 공연은 기대 이상의 것이었다.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한 정재일과 백현진 두 명만으로 진행된 공연은 앨범을 들을 때의 느낌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앨범의 느낌이 절제되어 있는 느낌이었다면, 공연은 더 자유로운 느낌이었달까?
공연장에서 직접 듣는 백현진의 목소리는 더욱 거칠어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듣는 이의 마음을 파고 드는 느낌이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아니라 날이 나간 뭉툭해진 칼날로 마음을 힘주어 자르듯, 백현진은 있는 힘을 다해 몸을 흔들며 목소리를 내뱉었고
내 마음에는 거칠게 절단된 상처가 남았다.
처음 발표한다던 2곡의 신곡과 송창식의 커버곡, 3곡의 동요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학수고대하던 날'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공연이었다.
  아직도 관객에게 등을 돌리고 목소리를 내뱉던 백현진의 뒷모습과 바닥에 앉아 그의 목소리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뒷모습이
한 장의 사진처럼 뇌리 속에 밖혀있을 정도로.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