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적인 카페

의미없는 murmur 2009. 7. 21. 21:48

[가족적인]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 만으로도 사람들은 따뜻하고 정감어린 느낌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가족적인]이라는 말은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에게는 배타적이라는 의미일 수 있다.

방안이 답답해져 무작정 걷다 우연히 발견한 서울산업대 앞의 카페.
'좋은 씨앗'이라는 특이한 상호, 테이블이 달랑 세개인 조그만, 하지만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 커피를 판매하던 카페.
번화한 유흥가가 아닌 일반적인 대학가 앞의 핸드드립 카페에 관심이 생겨 문을 열고 들어간 카페에는 순간적으로 정적이 흘렀다.
카페 주인과 정겹게 이야기하던 가족적인 분위기를 깨버린 불청객이 된 나.
어색하게 주문을 마친 후 커피를 기다리며 느낀 이질감. 마치 지하철에서 두 친구 사이에 앉아 본의아니게
이야기를 듣게 되는 느낌이랄까?

그떄 깨달았다. [가족적인]이라는 단어에 포함된 차가운 배타의 이미지를.
내가 가족의 일원이 되지 못한다면 나는 언제나 불청객일수 밖에 없음을.

내가 바라던 카페는 [가족적인] 카페일까?
그렇지 않다.
내가 바라는 카페는 [가족]이 아니라, [따뜻한 타인] 또는 [무심한 듯 보이는 친구]같은 것이다.
침묵이 필요할 때는 한발 물러서 있지만, 온기가 필요할 때는 다가설 수 있는 그런 카페.

머리를 식히기 위해 들어간  카페에서 오히려 복잡해진 머리 속을 대형 커피전문점에서 비우면서 생각한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은 거부하는 카페와 커피라는 상품을 파는 완벽하게 [타인]같은 카페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것이 나만의 카페를 가지기 위한 숙제임을.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