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짙은 어두움으로 가득한 19세기 영국에서 온 편지

 최근들어 큰 관심을 보이는 것 중 하나는 그래픽 노블이다. 만화라고 하기에는 복잡하고 깊은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이미지를 통한 직접적인 설명이 담겨져 있는 그래픽 노블은 이도저도 아닌 잡탕이라기보다는
만화와 소설의 장점을 함께 지니는 새로운 장르로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되었다.

 그 중 '왓치맨(Watchman)'의 작가인 앨런 무어의 대표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저없이 집어든 '프롬 헬'은
지금까지의 그래픽 노블 중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 손꼽을만 하다.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그치지 않고, 그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어두움을 깊이있게 그려낸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기묘한 느낌을
아직도 기억할 정도로 말이다.

 잭 더 리퍼라는 실존했던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다면(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잭 더 리퍼의 정체에 대한 가설들)
프롬 헬의 진입장벽을 조금은 낮출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컷 하나하나, 문장 한줄한줄 가볍게 넘길 부분이 없고, 당시 사건과 시대에 대한 자세한 고증,
거침없고 다소 충격적인 작화와 읽는 이를 짖누르는 듯한 어두운 분위기를 견디며 4~500여 페이지를 읽어야 한다.
읽고 나서도 상쾌한 기분으로 책장을 덮기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짙은 어두움과 폭력, 광기로 가득차있는 프롬 헬은 이 책에 담겨진 내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짙은 어두움으로 가득찬 영국의 밤거리에서 들려오는 잭 더 리퍼의 목소리를 듣는 경험은
그리 흔한 것이 아니다.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