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로 (回路)

경험한영화 murmur 2009. 8. 4. 11:49
헤어나올 수 없는 공포의 깨달음

회로는 유령이 나오는 영화이지만, 유령이 공포의 대상인 영화는 아니다.
큐어(CURE)에서와 같이 회로에서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감정을 공포의 대상으로 삼는다.
외로움.

자신이 외로운 존재이며, 이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회로 속의 인물들은 사라져간다. "도와줘"라는 뒤늦은 한마디를 남기며.

큐어가 그렇듯, 회로에서도 자극적인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공포영화처럼 불이 켜진 후 안도감을 느끼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회로는 어울리는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외로움으로 인한 공포에 공감하는 사람에게 회로는 무서운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회로를 본 후 빨간 테이프가 붙은 문이 내 안에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결정해야 한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도와줘"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지기 전에.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