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리본 (The White Ribbon)

경험한영화 murmur 2010. 11. 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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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어렵고 은밀하게 불편해진 미카엘 하네케

 미카엘 하네케라는 이름은 나에게는 '충격'과 동의어로 기억되고 있다.
관객을 병신으로 만들던 '퍼니 게임'과 남과 여, 사랑을 주는 이와 사랑받는 이, 지배와 피지배를 차갑게 그린
'피아니스트'는 아직까지도 강렬한 충격으로 기억되고 있기에, 미카엘 하네케의 하얀 리본 또한 강렬한 충격에
대한 기대를 품고 극장으로 달려갔다.

 예상대로 차갑고 불편한 이야기를 보여주던 하얀 리본은 예상보다 더 어려웠다.
스릴러 형식으로 진행되는 하얀 리본을 보는 내내 감독의 의도대로 끌려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느껴지는 불안함과 폭력적인 분위기는(실제로 보여지는 폭력이 아닌, 폭력으로 둘러쌓인 분위기랄까)
개인의 차원을 넘은, 한 마을 혹은 사회에 가득 차있는 거대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안에서의 개인은 별다른 힘을 가질 수 없는 미력한 존재일 뿐.

 세대를 이어 강화되는 폭력과 파시즘, 독재라는 무거운 주제를 무게감있게 그려낸 하얀 리본은 그동안의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와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인보다는 사회를, 직접적인 폭력보다는 폭력의 뒤에
자리잡은 폭력적인 사회를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분명 이전의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와는 다른 지점에 가 있다.
하지만 불편한 이야기를 통한 강렬한 주의환기를 가져온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그의 영화답다.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