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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빠졌다고 해도 구관이 명관


 좀비 영화와 함께 반평생을 살아온 조지 로메로의 또다른 데드 시리즈.
최근의 대세인 스프린터 좀비와는 달리, 조지 로메로의 좀비들은 여전히 느리다.
조지 로메로의 좀비들은 느릿느릿 걸어다녀서 주인공들의 갖은 공격에 굴욕적으로 당하기만 하지만,
어느샌가 주위를 둘러보면 좀비로 가득차서 빠져나갈 길이 없어지는 압박감을 선사해준다.

 그래도 기존의 시리즈와는 약간 다른 점이 있는데, 좀비에 물리지 않고 자연사 또는 사고사하는 경우에도
좀비로 변한다는 것. 무조건 죽으면 좀비가 되기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헤드샷이 난무한다.
좀비를 봐도, 좀비한테 물려도, 총을 맞고 죽어도 헤드샷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것이어서, 고어에 관심이 있는 팬들에게
약간의 서비스가 추가된다고 할까.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설정이다.


 이야기는 이전 데드 시리즈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좀비보다 무서운건 사람이라는 이야기.
좀비를 없애야 할 괴물로 그리는 일반적인 좀비영화와는 달리 서바이벌 오브 더 데드에서 좀비는
다르지만 함께 살아가야할 존재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번에도 사람들간의 의견 차이로 인한 대립이
파국을 불러온다. 좀비를 모두 없애려는 자와 좀비와의 공생을 시도하는 자(비록 방법이 잘못되기는 했지만)의
대립을 그리고 있는 서바이벌 오브 더 데드는 익숙한 장르 영화의 틀 안에서 약간은 정치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비록 주인공 일행의 역활이 미미하여 감정이입이 되지 않고,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두루뭉술한 감이 있어
이전 작품에 비해 아쉽기도 하지만, 좀비와 반평생을 함께해온 장인의 공력이 느껴진다.

 이제는 익숙해진 좀비라는 소재를 통해 장르영화의 재미와 약간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조지 로메로와 그의 좀비들.
그가 그리는 좀비의 모습처럼 그의 영화도 느리지만 계속 진화하고 있다.

posted by 아쌀

랜드 오브 더 데드(Land of the Dead)

경험한영화 murmur 2009. 4. 1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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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포영화를 좋아한다.
수많은 공포영화중에서도 내가 즐겨보던 것은 어기적 거리는 단체출연으로 대표되는 좀비물이다.
수많은 군중들이 미쳐 날뛰는 가운데 정상인(그런데 좀비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몇명의 사람을 정상으로
봐야 하는가? 좀비가 대중인 이상에 몇명의 사람은 비정상이 아닐까?)녀석들이 살아보겠다고 아둥바둥거리는
내용을 담고있는 좀비영화들은 고어적인 장면들의 스펙타클과 함께 대중이 되지 못하는, 그래서 대중들에게
위협을 받는 사람들의 공포를 그려내고 있다.

대중에 의한 공포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는 대중의 능력과 폐혜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최근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기에 보고 나면 그토록 기분이 더러운 것일게다.
(물론 이런 걸 무시하더라도 시체들이 찌질이 처럼 걸으면서 팔다리를 하나라도 더 뜯으려고 몰려다니는 꼴을
보는 것이 그리 유쾌한 광경이 아니라는 것은 인정한다.)

랜드 오브 데드는 좀비물의 아버지 격인 조지 로메로가 오랜만에 감독을 한 좀비물이다.
조지 로메로는 기념비적인 공포영화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통해 좀비영화의 기준을 세워버린 인물이고
그 후의 작품들도 수많은 좀비영화의 팬들에게 교과서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어서 이번 영화의 개봉은
공포영화 팬들에게는 큰 뉴스였다.
나 역시도 왕년의 공포영화팬으로서 이 영화에 내심 큰 기대를 하고 영화를 보았는데, 본 후의 느낌은
'역시 오리지널의 공력은 대단하군'이었다. 최근에 나온 수많은 좀비영화들이 있지만 역시 좀비와 함께 늙어온
할아버지의 공력은 깊어서 좀비영화의 팬들은 그 모습만으로 기쁠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좀비물이라는 것이 공포영화 중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뉘는 영화이기에 이렇게 이야기 해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팔다리가 날라다니고 불쾌한 모습의 좀비들이 활개를치는 가운데에서도 빈부격차
문제라던가 자본주의의 폐혜를 건드리는 공력은 좀비영화의 거장으로서의 연륜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것은 조지 로메로의 영화를 리메이크 해서 얼마전에 개봉했던 "새벽의 저주"를 보면 알 수 있다.
장면의 강도와 기술은 진보했으나 단순한 잔혹액션영화가 되어버린 "새벽의 저주"는 "랜드 오브 데드" 만큼의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냥 액션영화같았던것이다.)  

최근의 빠르고 신나는 좀비영화의 팬이거나 좀비영화에 대한 애정이 없는 관객들은 실망하는 분위기가
많이 보이더라만,(끝이 약간 허무하긴 하다.) 좀비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팬이거나
오리지널 좀비영화를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2005.09.05
예전 싸이월드 글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