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 (2010)

경험한영화 murmur 2010. 8. 1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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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적인 비웃음이 싫다

 임상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신작이 나오면 이상하게도 극장에서 보는 경우가 많다.
보고 나면 무엇인지 모를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돌아서지만, 신작이 나오면 '보고 욕하자'라는 심정으로
극장으로 달려가는 패턴의 반복이랄까?

 그 중에서도 하녀는 가장 안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내가 그동안 왜 임상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는지
깨닫게 된 영화이니까.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대표성을 지니지는 못하는 환상의 공간에서는 무엇이든 넘치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절대적인 부는 철저히 계산된 배치 안에서 빛을 발하고, 그 안의 등장인물들은 강렬한
감정에 가득차 부딪친다. 잘 계산된 인상적 장면들과 감정을 고취하는 음악까지 모든 것이 영화 안에 가득차 있다.
단 하나, 누군가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제외하고는.

 물론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따스한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와는 반대로 차가운 현실을 비웃으며 보여줌으로서 메세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 차가움과 비웃음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등장인물 중 누가 비웃음의 대상이었나?
무엇을 위한 차가움과 비웃음이란 말인가?

 상처를 치료하는 데 수반되는 고통은 아프더라도 참아야만 한다. 하지만 치료를 위한 고통이 아닌, 고통만을 위한 고통은
대다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에게는 하녀에서 느껴지는 차가움과 비웃음이라는 시각이 목적이 없는,
비웃음 그 자체로 느껴져서 불편했다.

 아무리 현실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해도, 결국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현실의 모습이었을텐데
가해자나 피해자나 방관자나 다 멍청이들이고 달라질 것은 없을 거야 라는 썩소로 가득한 목소리가 싫었다.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