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내리는, 혹은 이미 무너져 버린 사람 간의 대화

 

'제발 조용히 좀 해요'를 읽으며 큰 인상을 받았다.

무너져내리는 사람들을 건조하면서도 위트를 담아 전달하는 이야기들이 가슴을 천천히 눌러오는 느낌.

이 이야기가 무엇을 주제로 하는가, 이 한 마디가 무엇을 의미하는 가를 넘어선 무너져내림과 동시에 느껴지는 삶의 아이러니.

 

 그 후 레이먼드 카버의 다른 소설을 봐야겠다는 일념하에 중고책을 뒤지다 결국 구한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제발...'이 초기작이라면, '사랑을 말할 때...'는 중기 작품을 담고 있는데, 그 사이에 레이먼드 카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야기들마다 가슴을 비수처럼 찔러 댄다. 짧은 이야기인데도 읽고 나서 잠시나마 천장을 올려다 보아야하는,

무너져 내리지 않으려 노력하던 전작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이미 무너져 내린 사람들의 폐허와 잔해들.

건조한 대화 속에 담겨 있는 서늘함이 가슴을 찔러대는 능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무서운 단편들.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