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경험한영화 murmur 2009. 11. 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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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의 눈빛처럼 젖은, 파주의 안개와 같은 영화

갑자기 추워진 날씨때문인지, 서늘한 영화가 보고싶어졌다.
흐릿한 안개를 뚫고 파주로 돌아오는 여주인공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파주를 보고나서의 느낌은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축축할 정도로 습도가 높은 안개 속.

광고와 같이 형부와 처제의 불륜과 그에 수반하는 끈적끈적한 장면이 주가 되는 영화가 아니다.
서로에게 닿지 않고 고립된 두 남녀의 이야기이자, 죄의식과 희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 진행은 친절하지 않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은 불편하기도 하지만,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에 긴장감을 준다. 그 긴장감 속에서 보는 이가 이야기를 맞추어 나가야 하는
부분이 쉽지는 않았다. 이해가 가지 않거나 난데없는 주인공의 감정표현에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흐릿하지만 가슴 속을 가득 채우는 감정들.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특히 여주인공을 맡은 서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슬픔을 담고 있는 큰 눈망울이 기억에 남는다.
이선균은 전반적으로 담담한 연기로 서우를 뒷받침해주어 균형을 잘 잡아준 느낌이었고
(열정적인 엉덩이 연기는 논외로 하자),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걸어본 적이 있다. 안개 속을 지날 때는 불편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안개를 지나고 나면 가슴 속에 아련한 감정이 남았다.
파주를 보고나서도 그런 느낌이었다. 불편하면서도 가슴 속에 여운이 남던 그 느낌.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