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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 힘으로 가득찬 솔직한 선동영화

 보는 내내 옆에 앉은 사람이 신경쓰였다. 몸을 뒤틀고 썩소를 날리고 일행과 수근거리는 옆 자리 사람에 짜증이 나야
정상일텐데, 왠지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이 말도 안될 정도로 엉망인 영화는 뭐야?'
툭툭 끊기고 난데없는 장면들이 반복되는 편집, 손발이 오그라드는 어색 그 자체의 연기와 의미를 알 수 없는 음악,
이건 뭐야 싶은 이야기까지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중반까지 계속 오그라든 손발을 억지로 펴면서 볼 정도로.

 근데 이 영화 뭔가가 느껴진다. 이야기도, 연기도, 음악도, 편집도 개판인데 이상하리만큼 날 것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지만 점점 강렬하게 느껴지는 에너지. 어리둥절해 있던 중 갑자기 깨달았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영화가 아니구나. 순수하게 선동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로구나.
브라질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각 계층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친절한 구성도, 그들이 내뱉던 대사와 행동들도,
영화 내내 끊임없이 불리워지던 민초들의 노래도 선동이라는 목적을 위해 취해진 너무도 솔직한 방법들이었구나.
그리고 그 선동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잘만든 영화의 기준이 아니라,
민망할 정도로 솔직한 태도에서 느껴지는 날것의 에너지였구나.

 일반적인 영화의 기준으로 보면 이 영화는 악몽 또는 (정말 후하게 점수를 준다해도)정말 못만든 컬트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이 영화만을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동이라는 목적을 위해 솔직함을 도구로 삼아 날 것의 에너지를 만들어 낸 것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상적인 경험이다. 그 선동 메세지에 동의하던 아니던간에 충분히 인상적인 경험.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