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로 (回路)

경험한영화 murmur 2009. 8. 4. 11:49
헤어나올 수 없는 공포의 깨달음

회로는 유령이 나오는 영화이지만, 유령이 공포의 대상인 영화는 아니다.
큐어(CURE)에서와 같이 회로에서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감정을 공포의 대상으로 삼는다.
외로움.

자신이 외로운 존재이며, 이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회로 속의 인물들은 사라져간다. "도와줘"라는 뒤늦은 한마디를 남기며.

큐어가 그렇듯, 회로에서도 자극적인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공포영화처럼 불이 켜진 후 안도감을 느끼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회로는 어울리는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외로움으로 인한 공포에 공감하는 사람에게 회로는 무서운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회로를 본 후 빨간 테이프가 붙은 문이 내 안에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결정해야 한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도와줘"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지기 전에.

posted by 아쌀

큐어 (CURE)

경험한영화 murmur 2009. 7. 19. 23:19
이런 식의 '치유'는 받고 싶지 않아.

말로만 들어오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
심리적인 공포물이라는 말에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리도 무서울 줄은 몰랐다(아마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운 것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가장 무서웠던 것은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되는 증오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
'치유'받아야 할 증오가 내 안에도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이 영화는 정말 무서워진다.

일반적인 공포영화에 비해 자극적인 장면이 많지는 않다(그렇다고 고어씬이 없는건 아니다).
하지만 자극적인 장면보다는 어둡고 불쾌한 긴장감을 통해 공포심을 자극하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배우들의 멋진 연기 또한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영화는 스크롤이 올라가도 끝나는 것이 아니다.
" 넌 어떤 사람이야?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
라는 피할 수 없는 질문에 답하기 시작하는 순간, 나 자신이 주인공인 새로운 영화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큐어에 대한 추가 정보는... [여기] 에서 (줄거리 중 어처구니 없게도 스포일러가 있으니 조심을!!!)
   
posted by 아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