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집 - 기시 유스케

경험한책 murmur 2009. 7. 31. 11:20
비어 있는 검은 집, 근데 가보고 싶네

 예전부터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검은 집'.
최근에 4,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행사를 하길래 덥썩 구매했다.
나름 기대감에 들떠 읽었는데 약간 부족한 느낌이랄까?

 사이코패스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데, 그 깊이가 얕다.
오히려 주제보다 보험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더 깊이있게 느껴졌으니.
(아마 작가가 보험회사를 다닌 경험이 있어 그런거겠지)
 특히 마지막의 그 장광설들, 멀쩡한 바구니에 담긴 썩은 사과가 무서운게 아니라
멀쩡한 사과를 썩게 만드는 썩은 바구니가 무섭다라는 이야기는 힘주어 강조하다보니
갑자기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다.
 
 하지만 이런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2일만에 다 읽었으니,
흡입력은 대단한 소설이다. 그 중에서도 사이코패스와 주인공이 대치하는 부분에서는
스릴러 영화를 보는듯한 긴박감이 멋졌다.

'뭔가 아쉬운데..'를 뇌까리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분명한 재능일터.
어쩌면 '검은 집'의 강렬한 흡입력은 얕은 주제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거운 주제를 깊게 파고들면 읽는 독자도 피곤해서 하루에 200페이지를 읽기는 힘들테지.

 주제의식은 깊어야 한다라는 강박이 없다면, 여름밤을 함께 보낼 가치는 충분한 소설이다.

posted by 아쌀